이은경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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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가장 춥다는 한파가 며칠째 전국을 덮치고 있다. 손을 내놓기도, 얼굴을 내놓기도 쉽지 않은 추위다.
그러나 인천은 오히려 후끈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한파에도 아랑곳없이 사랑을 나누는 인천 온도는 100도를 훌쩍 넘어섰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작년 11월21일 온도탑 제막식을 열고 이달 31일까지 54억9000만 원을 목표로 희망 나눔 캠페인을 벌여왔다. 그러나 현재 실질 모금액은 64억8000만 원으로 사랑의 온도 역시 100도를 넘어 무려 118.2도를 기록했다. 게다가 역대 최고 모금액이다. 작년 캠페인 기간 모금액이 51억3800만 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1년 사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작년 대비 기부자수는 4000명 가량 늘었다.

올 겨울은 사랑 나눔에 있어 어느 해 보다 혹독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제형편으로 나눔에 인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다 김영란법,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등 사람들의 관심을 빼앗길 만한 이른바 악재가 하나둘이 아니었다. 72일 간 진행되는 모금 캠페인에서 작년 11월 말 실적은 오히려 전년대비 저조했다. 당시 모금 실적은 2억6300만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000만 원이 부족했을 정도다. 이렇다 보니 올해 인천 사랑 나눔이 저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컸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걱정에 불과했다. 유난히 몸과 마음이 추웠던 올해 겨울, 인천 사랑의 온도는 연일 쭉쭉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여러 기업들이 앞다퉈 인천으로 몰려오고,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는 인천.

지난해 인구 300만 명을 넘어서며 우리나라 2위 도시로 도약할 채비 중인 인천은 최근 들어 각종 지표가 수직 상승 중이다. 여기에 더해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의 것을 대가 없이 기꺼이 내놓는 사랑의 온도 상승은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시 규모가 늘어날수록, 각박하기만 할 것 같았던 나눔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인천 지표 가운데 가장 의미있는 지표다. '메가도시' 인천 위상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1억 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도 작년 100호를 넘어 102호 회원까지 탄생했다. 2007년 설립된 '아너 소사이어티'가 100호 회원 시대를 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8년 9월 첫 회원이 탄생한 이후 줄곧 실적이 저조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매년 18명의 회원이 가입하더니 작년 한해에만 30명이 새로 가입했다. 신규 가입률은 부산 등 주요도시 가운데 가장 높다. 결국 전국 최초로 '아너 소자이어티' 명예의 전당까지 설치, 국내외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그 동안 인천에서 희망 나눔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불과 5년 전인 2012년에는 사랑의 온도 달성률이 70%대였다. 36억 원 목표에 26억 원 가량이 모금됐을 뿐이다. 인천보다 인구수가 적은 타 지역 보다도 저조한 수준이었다. 인천 적십자회비 납부율 역시 전국에서 하위권을 유지해왔다. 납부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꼴찌에 가까운 나눔 지표가 어느 순간 인천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짠물 도시' 인천이란 애칭이 나눔에 소홀한 도시, 이기적인 도시를 지칭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인천일보는 하루하루 모금에 참여한 기부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1000만 원이 넘는 고액지부자들을 제외하고 어린이집, 학교, 유치원 등에서 고사리 손으로 모은 사랑이 속속 전달됐다. 작지 않은 돈을 내면서도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익명 기부자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나눔 문화가 골고루 퍼져 나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나누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나눔은 나누는 것 이상으로 되돌아온다. 어려서부터 나눔을 배우고 느낄 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사회 곳곳에 전달되고, 정부나 지자체가 하지 못하는 또 다른 사회안전망 역할도 가능해 진다. 그야말로 나눔을 통한 사회에 대한 관심은 인천을 하나로 묶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여느 해 보다 추운 올 겨울, 인천은 추위를 몰아내고 따듯한 온기를 내뿜어주는 이들이 많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가, 경제가 배신한 허전한 자리를 나눔이 채워주고 있다. 나눔으로 하나 될 인천에 대한 기대로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