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여사에 고마움 표시하는 대목서 손수건으로 눈물 훔쳐…딸 말리아도 눈물
"할수 있다는 믿음 재확인…더 나은 나라에 대한 국민의 신념이 도전극복 원동력"
"여러분에게 봉사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한 시민으로서 여러분과 계속 함께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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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퇴임을 꼭 열흘 앞둔 10일(현지시간) 고별연설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시간에, 우리의 손으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을 재확인했다"며 미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국 시카고의 대형 컨벤션센터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가진 고별연설에서 "우리는 여러 세대에 걸쳐 미국을 더 나은 나라, 더 강한 나라로 만들었고, 우리는 진보를 향한 기나긴 계주를 뛰면서 우리의 일이 항상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열심히 일하고, 이웃에 관대한 마음을 갖고, 조국을 사랑하는 시민이 우리의 조국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그것이 시민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정치제도는 함께 더 나은 나라를 만들려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2009년 우리는 직면한 도전을 더 강하게 헤쳐나갔다. 이는 우리가 이 나라를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다는 신념과 믿음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여러분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분 단위로 올라오는 워싱턴의 뉴스 폭풍 속에서 관점을 잃기 쉽지만, 미국의 역사는 분마다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세대에 걸쳐 이뤄진다"며 "부모와 교사, 참전용사, 시민의 요청에 부응하는 이웃들이 미국의 이야기를 함께 써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생을 살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노력하면 비범한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적이 수없이 많다"며 미국민의 단합을 주문했다.

그는 2009년 '오바마 레거시'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딜 때와 마찬가지로 고별연설에서도 희망과 변화의 힘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변화는 보통 사람들이 참여하고, 그것을 요구하기 위해 함께 뭉칠 때 일어난다"며 "8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변화의 힘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변화는 미국적 사고의 뛰는 심장이자 담대한 실험"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두 걸음 나아가면 종종 한 걸음 뒤로 가는 것을 느낀다. 국가의 진보가 고르지 않다"며 정권 재창출 실패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은 일부가 아니라 전부를 껴안기 위해 전진과 끊임없는 건국이념 확대 노력을 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와 진보를 거듭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만약 인터넷에서 낯선 사람과 논쟁하는 것에 지쳤다면, 현실에서 그들 중 한 명과 대화하려고 해보고, 선출직 공직자에 실망했다면 신청서에 사인하고서 공직에 출마하라"고 권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두 어느 정당이냐를 떠나 민주주의 재건에 투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 성장과 건강보험개혁정책(오바마케어)을 '업적'으로 손꼽았다.

그는 취임 당시의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 실업률을 1년 만의 최저치로 낮췄다고 강조했고, 오바마케어로 서민들도 적은 비용으로 건강보험을 갖게 됐다고 힘을 줬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부의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에 대한 논란을 지적하며, 앞으로 경제적 기회균등을 통해 민주주의가 더욱 신장하고 '진짜 진보'가 이뤄지길 기대했다.

그는 "불평등이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시키고 있고, 도시 빈곤층과 시골의 많은 사람이 '게임은 우리에게 불리하게 세팅돼 있고, 정부는 가진 자들의 이익에만 봉사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런 생각이 정치에 대한 더 많은 냉소를 낳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경제 이슈가 중산층 백인 근로자와 차별받는 소수자들 간의 투쟁으로 '편 가르기'에 동원되는 것도 경계했다.

그는 소설 '앵무새 죽이기'의 주인공 애티커스 핀치의 대사를 인용해 "사람을 이해하려면 피부 속으로 들어가 그 속에서 걸어라"며 이해와 화합을 호소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이 오바마케어 폐지를 밀어붙이는 것에 반대하면서도 "민주적으로 더 나은 대책을 만들면 공개적으로 지지할 의향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의 '무슬림 입국 금지' 공약에 대해서도 "무슬림계 미국인은 우리 못지않게 애국자들"이라며 "차별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민주주의, 인권 및 여성 권리, 성 소수자 권리를 신장하는 국제적인 싸움에서 물러서선 안 된다"고 힘을 줬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과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한 후 두 차례 모두 시카고에서 승리 연설을 했다.

그는 연설 무대에 등장하며 "시카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 후 "미셸과 내게 시카고는 모든 것이 시작된 곳이며, 미국인의 힘과 근본적인 선량함을 보여준 도시"라며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인 미셸 여사를 언급하며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을 글썽이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였으며, 큰딸 말리아는 여러 차례 눈물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셸 여사에 대해 "당신은 내 아내이자 내 아이의 엄마일 뿐 아니라 나의 가장 절친한 친구다. 당신은 백악관을 모든 사람의 장소로 만들었다. 원하지도 스스로 만든 것도 아닌 역할을 25년간 우아하고 고상하게, 그리고 훌륭한 유머를 갖고서 해줬다"며 고마움을 표시했고, 조 바이든 부통령에게도 각별한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50분간의 연설을 마감하며 "당신들을 위해 봉사한 것은 내 삶의 영광이었다"며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으로 마지막 부탁을 하고자 한다. 변화를 이뤄내는 나의 능력이 아니라 바로 여러분의 변화능력을 믿어라"라고 당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며, 한 시민으로서 내 삶의 남은 시간을 여러분과 함께 거기에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 우리는 이뤄냈다(Yes We Did).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는 말로 연설을 맺었다.

감색 양복에 파란색 넥타이를 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 도중 수차례 기립박수를 받았고 흑인 여성을 비롯해 일부 참석자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과정에서 "세계는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목격할 것이다.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전 대통령이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나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에게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남은 기간 평화롭고 순조로운 정권 이양이 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