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거대 인파가 서울과 수원, 화성 동탄, 대구 등 전국의 시가지 한복판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촛불은 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의 손에 들려졌고, 대입을 앞둔 고3학생 등 청소년, 심지어 아빠·엄마와 함께 나온 갓난아이 손에도 들렸다.

촛불민심은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외침이었다.

이들은 그동안의 시위와 차원이 다른 혁명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철저하게 평화적이고 배려있는 행동, 그 자체였다. 그러나 주장은 같았다. 대한민국을 바꾸고, 주권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촛불의 힘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을 가결시켰고, 정치의 변화를 이끌었다.

2016년을 밝힌 촛불의 힘은 그동안 민주주의를 외치고, 민주화운동의 주도했던 속칭 '386세대'와 다르다. 중·고등학생, 주부, 시장상인, 직장인, 공무원 등 우리사회의 평범한 국민들이기에 가히 '시민혁명'이라 불릴만 하다.

2017년 새해를 밝힌 촛불민심의 의미와 향배를 들여다봤다.
 
▲촛불, 대한민국을 밝히다

역사에 있어 혁명은 시민이 주축이 돼 사회의 근본체제를 바꾸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2016년 촛불민심은 '시민혁명'이다. 촛불은 대한민국의 근본적 변화를 외쳤다.

이번 촛불민심은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꾼 몇 번의 시민혁명(민주항쟁)과 비슷해보이지만 궤를 달리하고 있다.

질적으로 다르다.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과 인터넷, 그리고 시민의 분노가 결합된 새로운 시민혁명이라 할 수 있다.

그 어느 시민혁명 때보다 '비폭력 주권혁명'을 펼쳤다. 주요 외신들도 100만 촛불의 위대함이는 타이틀로 진화하는 대한민국의 촛불민심을 인터뷰한 게 대표적인 방증이다.

▲촛불, 국민 주권을 바로 세우다

2016년 촛불민심은 정치권과 그동안의 사회 부조리에 대한 항거다.

특히 정치를 불신하고, 외면했던 국민들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였다.

정치권은 그동안 국민들을 가르치려 했고, 군림하려 했다.

경찰과 검찰, 언론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

이러한 적폐를 청산하고자 촛불민심이 들고 일어섰다.

촛불민심은 빼앗긴 국민 주권을 우리 손으로 되찾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시민들의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이 권력을 위임한 대통령에게 그 권력을 회수하는 시민혁명인 것이다.

▲'국민 주권시대' 제도화 해야

촛불민심을 통해 대통령을 퇴진시킨다 해서 대한민국 근본적 적폐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평등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이 촛불혁명의 완성이다.

주권자인 국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화 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평가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의 대의민주주의정치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촛불집회를 통해 국민들이 나서서 주권을 찾으려 하는 것"이라면서 "국가와 정치권은 국민들의 요구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국민 민주주의 구축을 위한 제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한 박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재 결정에 대해 "헌재는 민사, 형사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국회 의결에 대해서 부당하냐, 아니냐만 판단하면 된다"며 "가급적 신속하게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촛불, 시민의회를 깨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이뤄낸 성난 촛불민심은 '구체제를 청산과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자'는 캐치프라이즈를 내걸고 시민의회 구상과 제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각각의 명칭은 다르지만 취지나 목표는 같은 맥락이다.

'깨어 있는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자'는 것이다.

시민의회 제안과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3년 김상준 경희대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전북 부안 방폐장 문제, 새만금 개발을 둘러싼 갈등, 의약분업 사태를 보면서 2004년 성찰적 합의체제를 제기한 데 이어 2005년에는 시민의회라는 법적 제도를 제안했다.

김 교수는 "시민의회는 국회가 해결해야 함에도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국가의 주요 쟁점 사안들을 대안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법적 제도"라며 "시민의회의 핵심 원리는 고대 아테네에서와 같이 엘리트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보통사람의 자기 지배'"라고 설명했다.

시민의회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실제로 법제화돼 소집됐다. 이들 시민의회는 크게 두 가지 의제, 즉 선거법 개정(캐나다, 네덜란드, 호주 등)이나 개헌(아이슬랜드, 아일랜드)을 다뤘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이른바 '시민3법'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의 위대한 정신은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지키려는 숭고한 희생이고 실천"이라며 "촛불 시민의 명예혁명은 보수 또는 혁신 이데올로기로 색칠되지 않고 시민의 자유 권리를 확대하는 21세기 새 시대의 시민권리 장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앞으로 어떤 정치권력이나 시장권력으로부터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시민자유법', 시민들의 정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대의민주주의의 보강을 확대하는 '시민의회법', 최순실 사태와 같은 정경유착을 방지하고 이를 시민사회가 감시하는 '시민공익위원회법' 등 '시민3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재수·최현호 기자 jjs3885@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