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 "옛 섬주민 마음 가슴에 새긴채 교섭" 영토협상 의지
러시아 푸틴 "러시아에 영토문제 없다" 日에 찬물…경제협력 강화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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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푸틴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15일부터 이틀간 일본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다. 양국 현안인 접경 지역 영토 반환과 경제 협력 등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15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두 나라 정상은 이날 아베 총리의 정치적 고향인 야마구치(山口)현에서의 정상회담을 열 계획이다. 아베 총리는 푸틴 대통령을 지역 온천여관에 초대해 만찬을 함께할 계획이다.

이어 16일에는 도쿄로 이동해 공동 기자회견을 연다. 유도 유단자인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00년에 이어 이번 방문에서도 유도의 발상지로 불리는 도쿄 고도칸(講道館)을 찾는다.

일본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오랜 숙원인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의 반환 문제에서 진전을 보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회담을 앞둔 분위기는 일본에 우호적이지 않다.
 
이투룹(일본명 에토로후), 쿠나시르(일본명 쿠나시리), 시코탄(色丹), 하보마이(齒舞) 등 4개 섬 모두를 돌려받기를 기대하는 일본과 달리 러시아측은 적어도 이 중 2개의 섬은 논의의 대상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는 푸틴 대통령의 입에서 "러시아에는 영토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옛 소련과 일본은 지난 1956년 소-일 공동선언을 통해 평화조약 체결 후 소련이 쿠릴 4개 섬 중 시코탄, 하보마이 등 두 섬을 인도한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평화조약은 체결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니혼TV,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시코탄, 하보마이 등 2개의 섬만이 아닌) 4개 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공동선언의 틀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해 회담을 앞둔 분위기에 찬물을 부었다.

이런 발언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영토 문제 해결에 각별히 공을 들이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야마구치 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찾은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쿠릴 4개 섬의) 옛 섬 주민들의 절실한 마음을 견고하게 가슴에 새긴 채 일본 대표로서 교섭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이 북방영토 문제에 대해 공을 들이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나 일본과의 경제협력 강화에 마음을 두고 있다. 양국 간 경제 분야 성과 도출을 통한 신뢰관계 구축이 영토 문제보다 우선이라는 것이다.

두 나라는 회담에서 쿠릴 4개섬에서의 공동 경제활동과 러시아인에 대한 일본의 비자 발급 요건 완화, 에너지 분야 협력 확대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을 앞두고는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일본 홋카이도 지역 연결 등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측은 이와 함께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전 무력 개입과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계속되고 있는 서방의 대(對) 러시아 경제제재의 해제에 대해서도 일본측을 압박하고 있다. 일본은 주요 7개국(G7)의 하나로 제재에 참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세계 경제의 질서를 파괴하는 요인의 하나"라고 비판했으며 러시아 정부 고위관계자는 "영토문제가 즉시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1956년 공동선언이 당시 일본이 옛 소련에 대한 제재에 가담하고 있었다면 가능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