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회담 이후 정국전망

 김대중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총재의 10일 단독회담은 여야관계가 정권교체 이후 사활을 건 「대립과 투쟁」에서 벗어나, 「대화와 협력」의 생산적 틀을 마련하고 정국 안정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같은 인식에서 양측은 ▲정책위의장을 포함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여야 협의체」 구성 ▲각종 개혁 및 민생법안의 정기국회 회기내 처리 ▲경제청문회 실시 ▲국회 정치개혁특위 활동을 통한 정치관계법 개정 ▲지역갈등 극복과 국민화합 실현을 위한 제도적 장치 강구 등의 합의사항을 이끌어냈다.

 특히 두 총재가 처음으로 직접 만나 상대방의 정치철학과 의중을 확인해보는 자리가 됐다는 것은 「계량」을 넘어서는 정치적 성과로 평가된다.

 특히 이날 회담으로 김대통령은 향후 정국운영에 탄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11일부터 시작되는 중국 국빈방문,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총재와의 면담 등 일련의 「경제 정상외교」에 전력을 투구할 수 있게 됐으며, 정기국회의 원만한 운영과 각종 경제개혁의 연내 마무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경제개혁에 이어 2단계로 김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정치구조개혁 작업에 가속도를 붙게 하고, 「제2 건국」 작업의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이와함께 이날 회담은 여야 3당내 역학구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 이총재의 경우 정치적 위상이 강화돼 지난 8월31일 전당대회 이후 비상체제로 운영해왔던 당을 정상체제로 전환, 「이회창체제」 본격 가동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민련도 공동여당으로서의 위상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통령이 이총재와 회담에 앞서 9일 박태준총재와 조찬회동을 갖고 「사전협의」 모양새를 갖춘 것은 자민련을 계속 배려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연합〉

 또 국민회의와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의 위상도 보다 강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김대통령이 이번 총재회담 성사 과정에서 당과 조대행에게 거의 협상전권을 위임하고 당의 「건의」를 「수용」하는 형식을 취한 것은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회담이 한차례 무산된데다 회담 성사과정에서 결렬에 대비, 여야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인상을 주었고, 서로간의 불신을 드러냄으로써 총재회담이 당초 기대했던데 비해 그 의미가 반감됐음은 부인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