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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트럼프 /연합뉴스


"두 사람이 느긋하고 차분하게 흉금을 터놓고 솔직히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7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만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회동은 트럼프 당선인의 첫 외교무대 데뷔라는 점에서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가 선거 과정에서 여러 돌출 발언을 이어갔던 만큼 아베 총리와의 이번 회동에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정책,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대론, 주일미군 주둔경비 문제 등 쟁점이 산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회담에서 이들 문제가 어떤 식으로 논의됐는지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언급을 피했다.

대신 아베 총리는 "트럼프가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확신했다", "함께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라는 등 트럼프 당선인을 치켜세우는 데 주력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회담 후 페이스북에 아베 총리와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을 올리고 "아베 신조 총리가 내 집을 찾아 위대한 우정을 시작하게 돼서 즐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런 발언들로 볼 때 두 사람의 회동은 상당히 화기애애한 가운데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아베 총리는 "다시 만나서 더욱 깊은 이야기를 했다"고 밝히는 등 이번 회동이 트럼프 당선인과의 '신뢰관계'의 시작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정례 브리핑에서 "오늘 회담은 내년 1월 새 정부 발족 이전부터 양국 정상 간 강한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커다란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라며 "매우 순조로운 출발"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아베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골프 클럽을 선물로 전달했고, 트럼프 당선인은 아베 총리에게 셔츠 등 골프용품을 건넸다.

트럼프 당선인은 골프광으로 유명하며, 아베 총리도 휴가 중에는 지인들과 골프 라운드를 즐기는 등 두 사람 모두 골프 애호가다. 일각에서는 골프라는 공통 취미가 두 사람의 개인적 신뢰관계 구축에 도움이 됐을 거라는 관측도 나왔다.

두 사람이 모두 골프용품을 선물로 전달한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일본 정부 관계자는 밝히고 있다. 아베 총리는 2013년 2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처음 만났을 때도 골프 클럽을 선물로 줬었다.

이날 두 사람이 만난 뉴욕 트럼프 타워 주변에서는 방탄조끼와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경찰들이 삼엄하게 경계를 펼쳤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두 사람이 만난 곳은 트럼프 타워 내 트럼프 당선인 거주지였다. 일본 정부가 제공한 현장 사진에 따르면 만남이 이뤄진 곳은 가구와 천정은 금색으로 장식돼 있었다.

또 트럼프 당선인 옆에서는 장녀 이방카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모습도 보였다.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측은 이번 회담을 소수만 참가하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회담에는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 일본대사도 동석하지 않았다.

이날 두 사람의 회담에 미국 언론은 물론 일본 언론도 대거 취재에 나서면서 트럼프 타워 안팎에는 100여명의 보도진들이 몰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