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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총리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외국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만났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90분동안 만났다고 트럼프 정권인수팀이 밝혔다.

아베 총리는 회동이 끝난 직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를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로 평가했다.
 
이어 "미·일동맹은 상호신뢰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면서 "트럼프와 신뢰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은 비공식 회담으로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겠다"면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둘이서 흉금을 터놓고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여러가지 과제에 대해 기본적인 생각을 이야기했다"고 밝혀 미·일동맹은 물론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기간에 제기했던 주일미군 주둔비 분담 문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도 거론했음을 시사했다.

아베 총리는 "두 사람의 사정이 맞는 때에 다시 만나 더욱 넓은 범위에서 더욱 깊은 이야기를 나누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지난 9일 45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29개국 지도자들과 전화통화를 했지만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도통신은 일본 총리가 아직 취임하지도 않은 미국의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것은 아주 드문 경우라면서 "트럼프와 개인적인 관계를 빨리 만들려고 하는 아베 총리의 희망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이날 회동은 지난 10일 아베 총리가 트럼프에게 당선 축하전화를 걸었다가 만남을 제안했고 이를 트럼프가 받아들여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전통적인 우방인 일본을 비판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 아베 총리의 조바심을 유발했다.

일본이 미국과의 무역을 공정하게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일본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환율을 조작한다고도 주장했다.

또 미군이 일본에 주둔하는 데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일본이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는 데 열려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주도로 일본도 동참한 TPP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명확히 했다.

일본은 이런 발언이 지금까지 유지해 왔던 미국과의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관계를 뒤집을 수 있다고 봤고, 아베 총리는 트럼프를 시급히 만나 일본에 대한 나쁜 감정을 해소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동에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게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회동에 앞서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을 지낸 켈리엔 콘웨이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회동의 성격은 "덜 격식적"(less formal)이라면서 "(이날 만남에서는) 외교적인 합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책이나 미·일 관계 등과 관련한 깊은 대화는 취임 이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가 아베 총리와의 회동에 앞서 국무부로부터 한 차례도 브리핑을 받지 않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적했다.

한 전직 국무부 관리는 WP에 "외국 정상과의 회담에 앞서 여러 외교관으로부터 다양한 브리핑을 듣는 게 일반적"이라며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했던 민감한 말 때문에 이번 회담은 더욱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