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자체 물량 관리 허술…국민안전처 명확한 체계없어 매뉴얼 시급

경기도와 지자체들이 이재민들에게 지급하는 재해구호물자를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국민안전처, 경기도 등에 따르면 태풍이나 지진 등 재난이 발생하면 각 지역에서 비축해놓은 담요·칫솔·세면비누·수건·속옷 등이 담긴 '응급구호세트'와 쌀·부식류·가스렌지·세제 등의 '취사구호세트'를 이재민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이때문에 관리 주체인 도와 각 시·군은 국민안전처에서 정해준 기준대로 재해구호물자의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는 재해구호물자 관리주체가 없어 기준만큼 확보하지 못하거나 부식·부패에 무방비 상태이다.

당초 재해구호물자 관리는 보건복지부 소관업무였다. 2014년 국민안전처가 출범하면서 업무가 이관됐고, 국민안전처는 재해구호물자 관리에 대한 담당을 각 시·도에서 운영하도록 했다.

도는 황급히 사회복지와 관련된 부서가 총괄하던 업무를 인력 확보나 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은 채 안전재난본부로 옮겼다.

재해물자 관리체계의 갑작스런 변화로 도내 지자체들은 안전과 관련된 부서를 설치해놓고도 여전히 사회복지 부서에게 창고 보관 업무를 맡겨놓고 있는 실정이다.

도내 지자체 관계자는 "도에서 모든 것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수량대로 창고에 보관은 하고 있지만, 사회복지과가 재해구호물자를 담당해야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의 재해물자관리를 총괄하는 경기도는 불명확한 관리주체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 실무자 1명이 재해물자 구입부터 점검·관리까지 총괄하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광역이나 기초 자지단체에 재해물자관리를 맡겨놓고 나몰라라 하고 있다가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해 4월 국민안전처는 재난구호물자 비축기준을 경기지역별로 ▲재해발생빈도 ▲인구수산출 등을 근거로 대부분 상향시켰고, 5월까지 보충하도록 조치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도에서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과 31개 시·군, 지역 소방서를 합친 재해구호물자는 2만3675세트로 비축기준(1만2258세트)보다 193%를 초과한 상태다.

하지만 지자체의 상황은 다르다.

경기 광주시는 1002세트 기준보다 부족한 440세트 정도만 보유했고, 수원이 455세트(623세트 기준), 부천333세트(668세트 기준), 용인 359세트(413세트 기준) 안양 326세트(578세트 기준) 등 각 지역이 비축기준보다 낮은 비축률을 나타냈다.

이들 지역의 소방서가 추가로 보유하고 있는 50~60세트 정도의 재해구호물자를 더해도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최근까지 현황파악도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발견하고 도와 국민안전처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기준대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사용기한이 지나거나 관리소홀로 부식·부패된 재해구호물자들도 발견되고 있다. 각 지역마다 많게는 100세트씩 발견돼 도가 전수조사에 나서 새 물건으로 뒤늦게 교체하기도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재해구호물자 관리주체에 대해 중앙정부가 선을 그어주지 않은 상태에서 도가 모든 것을 총괄하다보니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며 "지역에서 관리를 꺼리고 있어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