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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밍 량 감독 /연합뉴스


"교장으로서 영화를 가르치기보다는 영화와 관련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려고 했습니다."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Asian Film Academy)의 교장을 맡은 대만의 차이밍량 감독은 14일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AFA에서 했던 자신의 역할을 이같이 설명했다.

AFA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동서대, 부산영상위원회와 함께 만든 예비 영화인 교육프로그램이다.

매년 거장 감독과 영화인들을 교장과 교수진으로 초빙해 아시아 영화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헝가리의 벨라 타르, 중국의 자장커(賈樟柯), 대만의 허우샤오셴(侯孝賢), 한국의 이창동 감독 등이 교장으로 선임된 바 있다.

올해로 12회를 맞은 AFA에는 16개국에서 24명이 참여해 단편영화 제작, 워크숍, 멘토링, 특별강의 등의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차이밍량은 "요즘에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행위가 돼 가는 것 같다"며 그래서 "영화를 왜 만들려고 하느냐, 영화를 만들어서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는 어떠해야 한다고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수행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이밍량은 '애정만세'(1994)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흔들리는 구름'(2005)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받은 대만 뉴웨이브의 대표적 감독이다.

고정 관념이나 대중에게 받아들여진 믿음에 항상 의심의 눈초리로 '과연 그런가'라는 물을 던지는 작품을 연출한 그답게 영화에 있어서 자율, 자유, 다름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불교에서는 부처를 찾으러 다닐 게 아니라 자기 마음속의 부처를 찾으라고 가르칩니다. 영화감독도 마찬가지죠. 영화는 감독이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는 작품입니다. 상업영화라 할지라도 모두가 다르게 만들어야 하는데 요즘은 똑같은 상품만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영화 교육기관의 획일적인 교육 방식과도 무관치 않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교육기관이 주류에 편입하게끔 학생들을 만들어 영화제조업 시스템에 맞춘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며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영화인은 늘어나고 있으나 진정으로 창작하는 사람은 줄고 있는 것이 영화 위기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차이밍량은 AFA가 아시아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도 이런 측면에서 "좀 더 자유롭고 대담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영화를 찍어본 경험이 없는 문학가나 건축가가 교장을 맡거나 시나리오 없이 영화를 만들어보는 시도를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실험적인 작품을 구상하는 그는 여전히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저는 영화가 꼭 극장에서 상영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술관에서도 상영할 수 있죠.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많은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 필름으로 만들어지던 영화가 지금은 디지털로 제작되고 가상현실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있죠. 새로운 방법이 나오는 것처럼 저는 앞으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할 것입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