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옥마을, 책임 피하는 공직자들
[현장+] 한옥마을, 책임 피하는 공직자들
  • 박진영
  • 승인 2016.10.04 00:05
  • 수정 2016.10.03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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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획취재부 기자
▲ 박진영 기획취재부 기자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29일 외식업체 대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외국인 투자법인 조건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을 속여 송도 센트럴파크 한옥마을 부지를 헐값에 임대받은 혐의였다.

인천시민의 공간인 공원을 사기업에게 내어주는 건 안된다며 2014년부터 의혹 보도를 이어간 기자 입장에서는 하나의 사건이 막을 내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래도 마음은 편치 않다. 과연 A씨에게만 죄가 있냐는 생각이 들어서다. 취재 과정에 드러났던 다른 이들은 과연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사건을 되짚어보자. 2013년 7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투자심사실무회의에서 한옥마을 대형식당의 설립 여부를 다룬다. 당시 이 자리에 참석한 위원은 총 9명. 이들은 이 자리에서 한옥마을 외국인 투자법인에 참여하기로 한 미국의 W사가 이상하다는 보고를 받는다. 실제로 존재하는 법인이지만 신용정보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W사는 인천경제청의 정보 제공 요청을 거부한다. 사업을 하려는 법인 치고는 이상할 노릇이었다.

반대한 사람은 단 한 명 뿐이었다. 그는 "정보가 없는데다 아직 외국인 투자법인이 설립되지 않았으니 심도있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다. 반면 나머지 8명은 문제없다며 안건을 강행 통과시킨다. 회의록에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다"라며 반대 의견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까지 나와있다. W사가 투자한 게 맞느냐, 아니냐는 이번 사건의 핵심이었다. 만약 그들이 심사를 공정하고 엄격하게 했거나 의문을 파고 들었다면, 과연 오늘의 사단이 있었을까.

인천시도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시는 한옥마을 대형식당 감사를 통해 임대면적 축소, 공연장·민속놀이 체험장 불법 용도변경, 외국인 투자자 확인 없이 사업 시행 등의 문제점을 확인한다. 감사 결과 담당직원 3명을 징계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지만, '제 식구 감싸기'로 3명 모두 불문 처리된다. 결국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안타깝게도 300만 인구에 경제자유구역을 운영하는 인천지역 공공기관은 딱 이 정도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의혹 초기부터 열정적으로 이번 사건을 조사한 인천시의회 유제홍 의원이다. 그는 30일 전화를 걸어왔다. "남은 일이 더 많죠. 경제자유구역에 가짜 외국인 투자 법인이 더 있는지 전수조사 해야 한다고." 이런 의원, 정말 흔치 않다. /박진영 기획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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