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단계적 개헌론' 목표는 국방군 창설 통한 '전쟁가능한 국가'
野, '안보관련법 폐지·헌법9조 개정 저지' 주력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6일 임시국회 개회식 연설에서 여야에 대해 개헌논의에 착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국회논의는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당인 자민당은 임시국회 개원을 계기로 중·참의원에 설치된 헌법심사회에서 본격 논의에 나서자는 입장이나 제1야당인 민진당 등은 전쟁을 금지한 헌법 9조 개정을 담은 자민당 개헌안 초안 폐지 등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與 "일단 논의 착수" vs 野 "先 자민초안 폐기"

개헌논의 착수의 최대 쟁점은 자민당이 2012년 마련한 개헌안 초안의 폐기 여부다.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여권 내에서는 자민당의 개헌안 초안을 논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당 개헌안 초안이 극우 색채로 가득 차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데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에서도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도 개헌논의 확산을 위해서는 국회에서 공식 논의에 착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일단 자민당 초안에 대해서는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내 강경파는 초안 철회 불가론을 견지하고 있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최근 기자들에게 개헌안 초안 철회론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에 대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민진당 간사장은 지난 25일 TV 토론프로그램에서 "우선 자민당이 개헌안 초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논의는 진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렌호(蓮舫) 민진당 신임 대표도 대표 경선 과정에서는 "중·참의원 헌법심사회에서도 논의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견지했지만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헌법심사회는 개별 정당의 초안을 놓고 심사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선회했다.

이는 지난 7·10 참의원 선거 당시 민진당 등 야권이 시민단체와 공조해 안보법철회 및 개헌 반대를 목표로 제시했던 점과 무관치 않다.

◇ 자민당 헌법 초안, '전쟁 가능한 국가' 구현이 핵심

이처럼 민진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이 자민당의 개헌안 초안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출하는 것은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만들어 외국과 전쟁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등 군국주의로의 회귀로 점철된 내용 때문이다.
 
2012년 4월 자민당이 야당 시절 만든 초안은 헌법 9조를 개정해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현 헌법 9조는 '국권의 발동에 의한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포기한다'(1항), '전항(1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 및 그 이외의 어떠한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2항)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자민당 초안은 9조 1항에의 '영구히 포기한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로 바꿨고, 9조 2항은 '전항(1항)의 규정은 자위권의 발동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문구로 대체했다.

여기에 5개 항목을 담은 '9조의 2'를 신설, 자위대를 사실상의 정식 군대인 국방군으로 바꾸는 내용이 포함됐다. 자위대의 무력사용에 대한 제한을 아예 철폐한 것이다.

자민당 초안은 또 현행 헌법이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규정한 헌법개정안 발의 요건을 과반수로 낮췄다.

일왕을 '일본국의 원수', 국기는 일장기(日章旗), 국가는 '기미가요(君が代)'로각각 명기하는 내용도 개헌안에 들어 있다.

◇ 촉박한 개헌 시계…아베 임기연장 현실화

중·참의원 헌법심사회에서 개헌과 관련한 논의가 시작돼도 실제로 헌법을 개정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들이 적지 않다.
 
현행 헌법상 헌법개정안 발의를 위해서는 중·참의원에서 각각 각각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에 앞서 필요한 것이 중·참의원 헌법심사회에서 개헌안 원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중·참의원 헌법심사회는 각당의 의석수에 비례해 배분돼 있다. 중의원 헌법심사회는 50명, 참의원 헌법심사회는 45명으로 구성돼 있다.

중·참의원 헌법심사회에서 개헌안 원안을 확정하려면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중·참의원 헌법심사회를 거쳐 중·참의원 본회의에서 개헌안이 각각 정원의 3분의 2의 찬성을 얻으면 국민투표에 부쳐지게 된다.

국민투표에서 투표자의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개헌안은 일왕의 공포 절차를 거쳐 시행되게 된다.

아베 총리는 올들어 '임기중 개헌' 의사를 여러차례 표명한 바 있다.

2012년말 취임 후 두번째 총리를 맡은 그의 임기는 2018년 9월로 2년 남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국회에서의 논의조차 착수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2년 내 개헌을 실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 관측이다.

이에 따라 제기되는 것이 아베 총리의 임기 연장이다. 현재 자민당 당규상 총재는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 즉 6년간 연속으로 당총재 겸 총리를 맡을 수 있는 것이다.

자민당 내에서 니카이 간사장 등 아베 총리의 측근 그룹을 중심으로 이 규정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점들이 반영된 것이다.

아베 총리가 단계적 개헌을 통해 일본을 전쟁가능한 국가로 만들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점들과 무관치 않다.

비상사태 조항 추가 등 합의 가능한 내용을 우선 개정하고 이후 국내 여론 추이에 따라 헌법 9조를 뜯어고치겠다는 것이 핵심이지만 야권과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서 추이는 속단하기 힘들어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