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박빙 접전 속 힐러리 하락세, 트럼프 상승세
중도층 표심 출렁거려, '클린턴 이탈'

미국 대선이 19일(현지시간)로 불과 50일 앞으로 다가오지만, 판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초접전 양상을 띠고 있다.

대선을 100여 일 앞둔 지난 7월 말 열린 민주당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공식 대선후보로 선출된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는 그동안 상대 후보의 막말과 실언에 반사이익을 안겼다 건네받았다 하며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초반 판세는 클린턴이 압도했다. 무슬림계 이라크전 전몰군인의 부모를 비하하는 발언을 비롯한 트럼프의 막말과 비하 발언에 따른 역풍이 거세게 일었다.

클린턴이 줄곧 우위를 이어가며 8월말 리드 폭을 두 자릿수대로까지 확대하자 '클린턴 대세론'이 굳어지는 듯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뉴스가 지난달 20~23일 실시해, 26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은 51%의 지지율로, 39%에 그친 트럼프를 12%포인트 차로 앞섰다.

로이터 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같은 달 23일 발표한 조사에서도 클린턴은 10%포인트 차로 트럼프를 눌렀다.

그러자 트럼프는 8월 말 대선 캠프 수뇌부를 교체하고 인종차별 발언을 후회한다며 '변신'을 시도했다.

또 강경한 이민정책을 내건 그는 멕시코 대통령 면담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공화당 지지층을 결속하며 초반 실점을 만회해 나갔다.

이런 가운데 클린턴에게도 악재가 터져 나왔다.

아킬레스건인 국무장관 재직시절 '이메일 스캔들' 관련 연방수사국(FBI) 조사 결과가 공개됐고, 가족자선재단 '클린턴재단' 특혜 의혹도 동시에 불거졌다.

그럼에도, 로이터-입소스의 대선 예측 조사(8월 24일)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이 95%에 달하는 등 여론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달 들어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클린턴은 지난 9일 '트럼프 지지자 절반은 개탄스러운 집단'이라고 실언한 데 이어, 이틀 뒤 9·11테러 추도행사 도중 어지럼증으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그의 건강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며 클린턴의 지지율은 미끄러졌다.

두 이슈가 반영된 뉴욕타임스(NYT)와 CBS뉴스의 지난 9~13일 조사에서 클린턴과트럼프는 46%와 44%의 지지율을 기록해 오차범위(±3%포인트) 내 초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 지지율 격차 8%포인트와 비교하면 클린턴의 리드 폭은 4분의 1 토막이났고, 클린턴의 대선 승리 가능성도 이 기간 89%에서 75%로 급추락했다.

또 지난 16일 현재, 미 정치분석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내놓은 각종 대선후보 여론조사 평균치도 클린턴이 45.7%, 트럼프가 44.2%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격차가 1.5%로 좁혀졌다.

이는 이른바 '개탄' 발언과 건강 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 7일 조사(3.3%포인트)보다 1.8%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대선 승부를 판가름 짓는 스윙스테이트(경합주)의 표심 변화이다.

특히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오하이오 주의 표심 변화는 트럼프 진영에 기대감을불어넣을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900년 이후 역대 대선에서 존 F. 케네디(1960년)를 제외한 모든 오하이오에서 이긴 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했다.

블룸버그폴리틱스가 14일 발표한 오하이오 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48%의 지지율을 얻어, 43%에 그친 클린턴은 5%포인트 차로 앞질렀다.

이는 한 달 전 미 퀴니피액 대학 조사(8월 9일)에서 클린턴이 4%포인트 앞섰던 것과는 표심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오하이오뿐 아니라 다른 스윙스테이트에서도 표심이 트럼프에게로 이동하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NYT-CBS 공동조사를 보면, 오하이오에서 트럼프의 대선 승리 가능성은 이번 조사에서 60%로 껑충 뛰어올랐다. 2주 전 29%와 비교하면 2배로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플로리다(34%→41%), 네바다(29%→40%), 뉴햄프셔(6%→15%)에서도 이어졌다.

또한 두 후보의 낮은 호감도로 인해 역대 어느 대선보다 늘어난 부동층의 표심도 요동치고 있다.

올해 대선의 부동층 규모와 관련해 선거 데이터 분석 전문 '파이브서티에잇(538)' 운영자 네이트 실버는 "2012년 대선 당시 5~10% 수준이었던 부동층 및 제3후보 지지층이 올해는 20%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지난 5~11일 실시된 NBC뉴스와 서베이몽키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파 유권자들의 38%는 클린턴을, 36%는 트럼프를 선택했다.

NBC뉴스는 "중도층 지지율에서 두자릿수로 밀렸던 트럼프가 2%포인트 차이로 격차를 좁혔다"고 전했다.

이 같은 표심 변화는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않는 중도층이 많은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퀴니피액대학과 지난 8~13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클린턴과 트럼프 간 35세 이하 유권자 지지율 차이는 5%포인트로 좁혀졌다.

보름여 전 같은 조사에서 클린턴이 무려 24%포인트 차이로 앞섰던 것과 비교하면 젊은층의 표심이 빠른 속도로 클린턴에게서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최근 여론의 흐름은 클린턴이 하향세, 트럼프가 상승세를 타는 가운데 폭스뉴스는 16일 투표 의사가 있는 일반유권자 대상 여론조사에서 클린턴과 트럼프가 각각 41%와 40%의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집계된 결과를 내놓으며 "초접전 승부가펼쳐지고 있다. 대선 승부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