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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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연일 우리나라가 들썩거리고 있다. 조선업 불황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는데다 국내 1위 월드 와이드 국적선사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느닷없이 벌어진 '판'도 아니건만, 그 여파는 마치 아무것도 몰랐던 건 마냥 확대되고 있다.

인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남아시아, 중국 항로 대부분인 인천항에서 한진해운이라는 태풍은 한발 빗겨가 있지만 국가산업단지 내 제조업체들은 수출에 발목이 묶였다. 유럽이나 미국 등으로 향하는 화물을 부산항을 통해 처리했지만 한진해운 사태로 금전적 손해는 물론 신용하락까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수출 차질액은 1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더 커질 전망이다. 바람 앞 촛불이던 한진해운 운명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한진해운 사태 이후 정부가 보여준 대책은 사실상 전무했다.

한진해운은 그저 평범한 기업이 아니다. 세계 7위 선대를 보유한 대형 컨테이너 선사로 연매출 8조원, 총자산 7조원이다.

그야말로 해운업계 '삼성'으로 비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기업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일자리 감소, 관련 업계 타격 등이 제대로 검토됐는지 의문이다.

한진해운 사태로 미주, 구주 수출입 운임 11억 달러가 외국선사로 넘어가게 됐다. 선박관리업 역시 955만 달러, 선박 수리업 및 보험업계는 3258만 달러 규모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조선·해운업 불황에 경기 침체까지 더해져 우리나라 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해운항만이 주도하는 물류산업은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육성하는 제조업이나 첨단 산업의 그저 부속산업일 뿐이다. 게다가 해양항만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지만 해양수산부 역시 홀대 받는 정부 부처다.

지난 2008년 해양수산부는 폐지되고 국토해양부로 이름을 달리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2013년 3월에 들어서야 다시 해양수산부로 독립하기에 이르렀다.

해양자원과 에너지 개발을 시작으로 극지 연구까지 영역이 확대되는 만큼 해양강국 실현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양수산부 독립이 필요하다는 여론 때문에 가능했다.
해양경비안전본부 세종시 이전도 바다를 홀대하는 대표적인 예다. 바다를 지키는 특히 서해 5도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인천에 자리잡고 있던 해경본부를 육지로 이전시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나왔던 대책 중 하나인 국민안전처 신설에 맞춰 해경본부를 단순하게 끼워 넣은 결과다. 결국 중국어선들이 대거 몰려와 어민들이 직접 행동으로 나서야하고, 북한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서해5도를 멀리하고 해경본부는 세종시 이전을 강행했다.

이같이 바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정부 정책이 오늘날 조선·해운 산업 부실을 초래하게 한 것이다.

이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다.

해양항만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더불어 바다를 통해 미래 먹을거리를 찾는데 주력해야 한다. 한진해운 사태가 주는 교훈을 그냥 넘기면 안 된다. 이같은 상황에 이르게 한 한진에 대한 책임도 매우 크다.

지난 9일 열린 국회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에서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경영 참여 대해 지분 상속을 이유로 들었다. 전문성, 경험이 없어도 오너 일가라는 이유로 경영 일선에 나설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 현 주소다. '금수저'는 경력도 이력도 따지지 않는다. 그저 물려주는 대로 따라갈 뿐이다. 보통사람들의 일자리가, 우리 경제가 허투루 맡겨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1위 해운업체가 제 명성에 걸맞지 않은 부실 경영으로 일관해 온 셈이다.

그 결과 한진해운 물류대란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에 피해를 주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더 이상 바다를 우습게 보지 마라. 바다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다. /이은경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