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이라고 말한 것 후회…극우인사 고용하고 인종-종교차별은 개탄스러워"
트럼프 "수백만 미국인에 대한 증오와 편협한 속내 드러내…대가치를 것"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힐러리 클린턴이 본선 맞상대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의 절반을 인종·성차별주의자라고 몰아붙이며 신랄하게 공격하고, 이에 트럼프가 '모욕적인 언사'라고강력히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클린턴이 하루 만에 자신의 발언은 잘못된 것이고 후회한다며 신속하게 유감 표명을 했으나 트럼프는 물론 부통령후보인 마이크 펜스, 트럼프의 강경 지지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9일(현지시간) 미 CNN 등에 따르면 클린턴은 이날 저녁 뉴욕에서 열린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기부 행사'에서 "극히 일반적인 관점에서 볼 때 트럼프를 지지하는 절반을 개탄할만한 집단이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이어 이들이 "인종과 성차별주의자들이며 동성애, 외국인, 이슬람 혐오 성향을 띤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트럼프가 지지자들의 차별주의 성향을 부추겼다"며 "그(트럼프)는 공격성과 증오심이 가득한 비열한 수사들을 트윗하고 리트윗했다"고 강조했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뒤에 선 절반의 사람들이 '구제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미국을 대표하지도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클린턴은 또 트럼프를 지지하는 나머지 절반은 정부와 경기 침체에 낙담해 변화에 절망적인 개인들로 채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클린턴이 참석하는 기부모금 행사는 언론의 취재가 허용되지 않는 게 보통이었는데 이날 행사는 기자들의 출입이 자유로웠다.

클린턴의 발언이 알려지자 트럼프 캠프는 즉각 발끈했다.

트럼프 캠프의 켈리엔 콘웨이 선대본부장은 트위터에 "열망과 희망을 주겠다고 약속한 지 하루 만에 힐러리가 수백만의 미국인을 모욕했다"고 썼다.

트럼프 본인도 10일 트위터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나의 지지자들, 훌륭하고 열심히 일하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아주 심하게 모욕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향후 여론조사에서 이 발언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을 겨냥한 클린턴의 발언이 오히려 역풍을 초래하면서 그녀의 지지율이하락할 것이라는 얘기다.

펜스 부통령후보도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보수단체 '밸류 보터스 서밋' 주최 행사에 참석, "트럼프 지지자들은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들이다. 농부, 광부, 교사, 참전용사, 법집행관리 등 '미국을 다시 한 번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모든 계층의 국민들"이라면서 "클린턴의 저급한 의견은 가장 강력한 어조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일갈했다.

논란이 일자 클린턴은 이날 성명을 내고 "어젯밤 지극히 일반적인 관점에서 얘기한 것인데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절반'이라고 말한 것은 잘못된 것이고 후회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클린턴은 그러나 "분명히 해 두자. 정말로 개탄스러운 점은 트럼프가 이른바 '알트-라이트'(Alt-Right·대안 우파)의 주요 옹호자를 캠프 책임자로 고용하고, 또 (KKK 수장이었던) 데이비드 듀크나 다른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트럼프를 자신들의 대변자로 여기는 것"이라면서 "연방판사를 멕시코 혈통이라고 비난하고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골드 스타'(Gold Star·미군 전사자) 가족들을 괴롭히는 것 역시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트럼프의 인종·종교차별을 거듭 공격했다.

알트-라이트는 유대인을 혐오하고 백인 지상주의를 내세우며, 다문화주의나 이민 확대를 결사반대하는 온라인상의 보수성향 네티즌을 말한다.

클린턴 캠프의 닉 메릴 대변인도 전날 성명에서 "클린턴이 트럼프 유세장의 절반 정도를 메꾸는 것처럼 보이는 '알트-라이트'를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클린턴의 이 같은 해명에 대해 트럼프는 반박 성명을 내고 "클린턴이 최악의 실수에 대해 '유권자들을 터무니없이 공격한 것'이라는 솔직한 자백 대신 한심한 재탕발언을 통해 상황을 반전시키려고 하는데 창피한 것 아니냐"면서 "클린턴이 처음으로 수백만 미국인에 대한 증오와 편협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클린턴은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이번 발언은 클린턴이 대통령에 부적합하고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음을 명백히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