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납세자료' 공개 놓고 정면충돌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납세 의혹이 미 대선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가 국세청의 정기감사를 이유로 사실상 '대선전 공개 불가' 입장을 고수하자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분명히 뭔가 숨기는 게 있다'고 비판하면서 양측 간 신경전이 가열되는 형국이다.

트럼프는 5일(현지시간) 11월 대선 전에 자신의 납세자료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거듭 내비쳤다.

트럼프는 이날 오하이오 주(州) 유세 후 현지에서 ABC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납세자료 관련 질문에 "(내 납세자료에 대해)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다고 본다.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미 역대 누구보다도 더 광범위한 재정보고서를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언급한 재정보고서는 지난 5월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제출한 재산명세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소득과 세금납부 실적이 담긴 납세자료와는 다른 것으로, 트럼프는 국세청의 정기감사를 이유로 납세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도 "감사가 끝나면 공개할 것"이라면서 "감사가 언제 끝날지는 나도 모른다. 곧 끝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미 언론은 트럼프가 11월 대선 이전에 납세자료를 공개할 뜻이 없음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자 클린턴은 6일 트럼프의 사업 관련 각종 의혹을 제기하면서 공세 수위를 높였다.

클린턴은 이날 플로리다 주 탬파로 향하는 자신의 전용기 안에서 가진 동행취재단 간담회에서 "트럼프가 '당신들이 신경 쓸 일이 아니다'는 식으로 얘기했는데 이는 완전히 틀린 것"이라면서 "트럼프는 납세 내역과 관련해 분명히 뭔가 숨기는 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보면 트럼프는 외국 은행과 기관에 6억5천만 달러의 빚이 있고, 또 사업을 하면서 노동자들의 돈을 떼먹고 소기업(하청기업)에 대해 대금지급도 거부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또 트럼프와 러시아의 부적절 관계 의혹까지 거론하면서 "그의 납세보고서는 분명 미국인들이 알아야 할 뭔가를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국세청 감사를 공개 불가의 이유로 내세우는 데 대해선 역대로 당을 떠나 모든 대선후보가 납세보고서를 공개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납세보고서 공개는 단지 트럼프의 짐일 뿐만 아니라 우리 쪽은 물론 언론과 대중의 몫이기도 하다. 따라서 나는 앞으로 남은 기간 계속 이 문제를 제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턴은 현재 재판 중인 '트럼프 대학' 사기의혹 사건, 트럼프재단의 팜 본디 플로리다 주 법무장관에 대한 부적절한 기부 논란 등도 문제 삼았다.

트럼프 세금 문제는 애초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것으로,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납세회피 의혹 등 트럼프의 납세자료에 '폭탄'(bombshell)이 들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고, 경선 경쟁자였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갱단 및 마피아 연루 의혹까지 제기했다.

클린턴과 부통령후보 팀 케인은 공화당 내부의 이런 주장을 확대 재생산시키는 동시에 지난달 12일 자신들의 납세자료까지 전격적으로 공개하면서 트럼프의 세금 의혹을 연일 공격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의 부통령 러닝메이트 마이크 펜스는 이번 주에 자신의 납세자료를공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