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위대한 지리학자 삶과 업적, 소설로 복원...한가지 의문에서 시작돼
▲ <고산자 김정호>
우일문
인문서원
412쪽, 1만3000원

여기, 한 장의 지도로만 남은 남자가 있다. 김정호. 그는 1861년 조선 팔도 지도인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다. 우린 '대동여지도'를 만든 사람이 김정호이며 그가 고산자(古山子)라는 호라는 사실 외에 별로 아는 게 없다.

김정호는 인본주의자였다. 백성들의 고달픈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용후생의 학문으로서 '여지학(지리학)'을 택하고 필생의 역작인 '대동여지도'를 만들어 조선팔도의 정확한 생김새를 목판에 뚜렷이 새긴 그다.

김정호는 어떤 생각으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평생 동안 묵묵히 했을까.

새책 <고산자 김정호>(인문서원·412쪽)는 조선이 낳은 위대한 지리학자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은 지은이 우일문의 한 가지 의문으로 시작했다.

어느 날 일제 강점기 국어 교과서격인 <조선어독본>을 접한 그는 '대동여지도'가 적국에 누설될 것을 우려한 대원군이 '대동여지도'를 압수하고 김정호와 그의 딸을 옥에 가두어 두 사람이 옥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 '대동여지도'는 1904년(메이지 38년)에 일어난 러일전쟁에서 일본군에 유리한 정보를 줬으며, 총독부의 토지조사사업에도 활용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뒷받침하는 문헌이나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일치된 견해였다.

'김정호는 정말 옥사했을까?'

지은이는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조선어독본> 내용에 깊은 의문을 품는다.

<고산자 김정호>는 역사 속으로 흔적 없이 사라져버린 한 남자의 삶과 그의 업적을 소설적으로 복원하며 세도정치가 기승을 부리던 조선 후기의 사회상을 가감없이 그려낸다.

김정호는 굳은 뜻을 세우고 오로지 앞만 보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우직한 남자로 그려진다. 여지학에 뜻을 둔 소년 시절부터, 머리와 수염이 허옇게 센 장년이 돼 마침내 필생의 역작 '대동여지도'를 판각하게 되기까지 집요하게 한 우물을 파는 남자를 만날 수 있다. 1만3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