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여명 현장기자들의 고민·열정담아 … 시인·작가 등 인터뷰도 실어
▲ <기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한국기자협회
포데로사
240쪽, 1만3000원

기자는 현장에서 사라진다. 기자는 사실 뒤의 사실인 진실을 파헤치는 사람이다. 기자들은 절대 보이는 것만을 믿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기자를 좋아하지 않지만 기자는 여전히 '역사의 기록자'이다. 역사를 기록해야 하므로 엄격한 도덕성과 높은 지식이 요구된다.

기자들은 정말 그럴까. 과거엔 그랬을 수 있지만 21세기 한국기자의 정체성은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때때로 하루 14~15시간 업무 강도에 안에서는 경영진의 눈치를, 밖에서는 취재원 내지 스폰서의 눈치를 봐야하는 게 현실이다.

한국기자협회가 발간한 <기자는 무엇으로 사는가>(포데로사·240쪽)는 130여 명 현장기자들이 전하는 치열한 삶의 기록이다. 세상을 타전하는 기자, 그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기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대한민국 '기자'라는 직업을 정면으로 다룬 삶의 기록이자 치열한 현장 기록이다.

장장 6개월에 걸쳐 130여 명의 현장 기자들을 쫓아 그들의 고민과 열정, 그리고 희망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진실보도'라는 소명의식을 가슴에 품고 사는 무관의 제왕이면서 다른 한 편으론 상명하복의 조직문화에 상처받는 월급쟁이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속살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 이 책은 하루 12시간 시간 현장을 돌아다니고, 모니터와 씨름하면서 '기자' 와 '직장인'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취재보도를 통해 활어처럼 파닥거리는 뉴스를 생산하는 기자들의 삶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슈를 제기하고 사회적 논쟁을 촉발하는 의제설정 기능은 또 어떤가. 예감했듯이,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책은 스포트라이트로 충만한 기자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기자의 소명을 저버리도록 강요하는 일상화된 징계와 해고, 야금야금 몸과 정신을 갉아먹는 살인적인 노동과 스트레스, 입에 재갈을 물리고 영혼에 족쇄를 채우려는 악의적 소송, 수익성에 무너져 내리는 기자정신과 자존감까지…. 책은 기사 이면에 드리운 기자들의 녹록지 않은 일상과 고뇌를 스트레이트 기사처럼 담백하게 그리고 롱테이크 기법으로 보여 준다.

디지털뉴미디어혁명으로 급변하는 언론환경을 따라 기자들의 삶도 덩달아 흔들린다. 불안정한 미래와 불확실한 전망 앞에 기자로서의 사명감과 생활인으로서의 자존감은 설 자리를 잃고 현장과 언론사를 떠나기도 한다.

소명과 실존, 어쩌면 양립할 수 없는 화두를 짊어지고서도 여전히 현장에 남은 기자들은 대체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일까? 왜 그들은 안주머니에 사표를 넣고서도 떠나지 않는 것일까? 그에 대한 해답은 "왜 기자가 되었는가?, 무엇을 쓰고 무엇 때문에 전하려 하는가?"에 있다.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기자들의 일상을, 수습에서 고참 기자까지 취재 현장과 모니터 앞에서 살아가는 생생한 모습을 담았다. 2부에서는 오늘날 기자 사회가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짚어 보았고, 일상화된 징계 · 해고, 악의적 소송, 수익 우선, 건강 문제, 사회적 시선 등을 담았다. 3부에서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회적 소명을 지켜나가는 진짜 기자들을, 급변하는 언론환경에서 디지털 시대와 조응하며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을 통해 전문 기자로서 진화해가는 기자들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책 중간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고은 시인과 조정래 작가, 그리고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권지웅 이사장과 청년유니온 오세연 사무처장과의 인터뷰도 실렸다. 1만3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