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중간서 사재기" … 5만원짜리 12만원 줘야
▲ 지난달 31일 남동구에 위치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난감을 고르고 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

명절은 장난감 시장의 대목이다. 아이들은 부모나 친척에게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곤 한다. 15일 추석을 앞둔 부모들의 주머니는 가벼워 지고 있다. 원하는 장난감을 쉽게 찾기 어려운데다, 정가를 한참 넘는 장난감 가격 때문에 속이 쓰리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매점매석을 의심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단속하고 처벌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누군가 '사재기'하나 … 물량 확보 어렵다

지난달 30일 인천지역 부모회원 11만 명이 모여 있는 네이버카페 '인천맘 아띠아모'를 확인한 결과 7월부터 회원들이 올린 헬로카봇 킹가이즈를 찾는 글은 수십 건에 달했다.

한 회원은 지난달 18일 "제품이 없어서 그런지 가격이 왜이리 뛰는지 모르겠다"라며 "누군가 일부러 안 푸는 건지 궁금하다"라고 적었다.

다른 회원들은 댓글을 통해 "한 달 전에 4만 원 이었는데 지금 가격이 4배가 넘어서 어이가 없다", "너무 심하다", "중간 유통업자들만 완전히 배불리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한 회원은 현재 방영 중인 헬로카봇 시즌4를 원망하며 "새로운 캐릭터가 또 나온다. 아이가 시즌4를 보기 전에 밖으로 놀러 다녀야 겠다"라는 글을 올렸다.

다른 회원들은 "저 캐릭터는 왜 나왔느냐", "시즌4에서는 새로 나오는 로봇이 6대나 된다"라고 한탄하며 새 장난감 구입에 대한 부담을 표시했다.

실제로 인터넷 쇼핑몰의 가격은 정가와 차이가 컸다. 8월31일 기준으로 몇몇 제품의 거래가격을 확인한 결과, 킹가이즈는 제조사 쇼핑몰 할인가 5만3600원이면 살 수 있었지만 품절이었다.


실제로 구하려면 각종 오픈마켓에서 8만7000원에서 12만3000원 정도를 지불해야 했다. 그나마 이 가격도 최근 물량이 한 차례 풀리면서 20만원대에서 내려앉은 수준이었다.

카봇시계의 가격은 제조사 할인가 기준 2만5600원이다. 하지만 단종돼서 구할 수 없었다. 유일하게 카봇시계를 팔던 쇼핑몰은 미개봉품을 30만원에 내놨다. 한 시민은 댓글을 통해 "아무리 단종이라지만 사기 아닌가"라며 분노를 표시했다.

일부 소비자는 사재기 의혹이 있다고 말한다.

4살 아들을 둔 A씨는 "누군가 최신 장난감을 매점매석해서 폭리를 취하지 않으면 이럴 수가 없다"라며 "가격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띠아모의 한 회원도 "대형마트에서 특정 장난감을 골라 카트 3개 분량으로 싣고가는 사람을 봤다"라며 "완전 사재기해서 비싸게 팔려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장난감 판매점도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목'을 앞뒀지만 본사나 일부 총판 등에서 물량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업자만이 사재기를 한다는 의혹도 있다.

한 완구점 사장은 "애초부터 많이 나가는 장난감은 우리에게 별로 넘겨주질 않는다"라며 "찾는 사람은 많은데 팔지 못해서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인기제품을 왕창 사둔 다음 가격을 크게 올려서 파는 곳이 많다고 한다"라며 "물건을 확보하지 못한 영세업자들은 어렵다"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장난감 판매점 사장은 "수요와 공급 중간에서 이득을 취하는 사람이 있다"며 "정부에서 잘못된 유통과정을 막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매점매석, 막을 방법이 없다

소비자와 판매점의 의혹대로 장난감 매점매석이 이뤄지고 있다면 예방하고 처벌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관련 규정이 없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7조를 보면, 사업자가 폭리를 목적으로 물품을 사들이거나 판매를 기피할 경우 기획재정부 장관은 특정 물품에 대한 '매점매석 행위'를 지정해 처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14년 담배가격을 인상하기 직전 담배 매점매석 행위를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의 고시를 낸 적이 있다.

하지만 이후 장난감을 포함한 다른 물품에 대한 거래를 매점매석 행위로 지정한 사례는 없다.

법률을 담당하고 있는 기재부 관계자는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경우 매점매석 행위로 지정해 관리 중에 있지만 장난감은 사례가 없다"라며 "장난감 사례는 매점매석이나 물가가 아닌 소비자 보호 분야에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조사도 물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장난감 제조사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품귀현상에 대비해 물량을 늘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며 "유통사가 1명당 구입할 수 있는 장난감 개수를 제한하는 등의 대책을 내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기 상품에 재고품 끼워팔기 … 브랜드 막론하고 '밀어내기' 성행

장난감 업계에서 '밀어내기'가 성행하고 있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다. 제조사→총판→판매점→소비자로 이어지는 장난감 유통 경로 중 일부에서 인기 있는 신상품을 공급하는 조건으로 재고품을 함께 끼워 파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장난감 판매점들은 "브랜드를 막론하고 밀어내기가 성행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4일부터 며칠간 인천지역 장난감 판매점 사장들을 만나 확인한 결과, 총판이 장난감 도·소매점에게 밀어내기를 강요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 판매점 사장은 "인기 있는 장난감은 주지 않고 다른 것과 함께 주고 있다"며 "장난감 신제품을 공급하면서 재고도 한꺼번에 소매점으로 밀어내고 있다. 지금 우리 창고에 재고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고 장난감을 그냥 안고 있다가 덤핑으로 팔거나, 몇 년 후에 복지관 같은 곳에 기부할 수밖에 없다"며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안하면 물건을 안주니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매점 사장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업계에서는 철지난 것을 함께 끼워 팔고 있다. 모든 브랜드가 마찬가지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영세 업체가 목소리를 내봐야 누가 들어주나. 철 지난 장난감을 누가 사겠는가"라며 "어려워서 문 닫는 판매점이 적지않다"라고 덧붙였다.

밀어내기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가 떠안기도 한다. 인기 장난감을 사기 위해 필요 없는 제품을 함께 구입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B(여·36)씨는 소매점에서 끼워 팔기를 당했다며 "터닝메카드 가격이 비싼 것도 모자라 필요없는 장난감을 묶어서 팔고 있더라"라며 "1만 원 중반대 장난감을 사기 위해 5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했다.

장난감 제조사 관계자는 "유통 과정에서의 밀어내기나 끼워 팔기는 잘 모르고 있다"라며 "제조사도 물건을 공급할 때 절대 밀어내기를 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박진영·송유진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