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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가 지난 22일 텍사스주 오스틴 유세 연설을 마치고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모습.

사전 부재자투표 28일뒤부터 시작 속 '트럼프 비호감' 60% 달해
전문가 "트럼프 너무 상처입은 후보" 이민정책 강경→완화→강경 갈팡질팡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새롭게 개편된 대선캠프는 대선이 73일 남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틀렸다는 게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관측이다.

이 매체는 28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이미 시간이 다 됐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부정적 인식이 굳어진 탓에 정책과 발언에 뒤늦게 변화를 주더라도 유권자의 마음을 거의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전당대회 후 좀처럼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하자 위기를 느낀 트럼프는 최근 캠프 총책에 보수성향의 언론인인 스티브 배넌과 선대본부장에 선거전문가인 켈리앤 콘웨이를 앉히는 등 캠프조직을 개편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무슬림 전사자 가족 비하 발언 등의 후폭풍으로 라이벌인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의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지자 나온 고육책이었다.

캠프가 새로 꾸려지면서 트럼프가 그의 대표공약인 강경한 이민정책을 완화하는움직임이 나타났다.

동시에 트럼프는 연일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에 대한 구애공세를 펼쳤다. 중년 이상 백인으로 한정된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한 행보로 풀이됐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변신'은 한계가 뚜렷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먼저 판세를 뒤집을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나 클린턴에 대한 '비호감도'는 각각 60%, 54%에 달한다.

클린턴에 대한 예기치 못한 폭로가 나오지 않는 한 유권자들이 이런 생각을 바꿀 가능성은 작다.

실제 퀴니피액대학이 지난 24일 내놓은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90% 이상이지지후보를 결정했으며 앞으로 바꾸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대선 첫 사전 부재자투표는 미네소타 주에서 28일 뒤 시작된다.

그 직후 다른 32개 주에서도 열린다.

이 대학 여론조사연구소 팀 맬로이 부소장은 "트럼프의 실수와 잘못이 클린턴의불안한 신뢰와 수상한 거래들을 능가한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인사이더들도 견해가 비슷하다.

조지 W.부시 전 대통령 당시 재무부 부대변인을 했던 토니 플래토는 "신임 켈리앤 선대본부장은 선거에 능한 사람이지만 트럼프는 매우 상처를 입은 후보다. 시간이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변할 것으로 믿지 않는다"며 "유권자를 속여 더 나은 도널드 트럼프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려는 것인데, 더 나은 도널드 트럼프는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대 이후 트럼프의 처신이 돌이키기 어려운 지지율 하락을 자초했다는 게인사이더들의 판단이다.

지지기반을 넓히기는 커녕 무슬림 전사가 가족 비하 발언 등으로 스스로를 벼랑끝으로 몰았다.

존 매케인의 2008년 대선캠프에 관여했던 공화당 전략인 스티브 슈미트는 "(전당대회 이후는) 철저히 타격을 받은 시기였다. 지지도와 대통령 적합도가 타격받았다"며 "힐러리 클린턴에게도 나쁜 뉴스들이 있었지만 그녀는 방어적이 아니었다. 이 모든 것에 기회비용을 치렀다"고 지적했다.

심지어는 켈리앤 선대본부장조차 지난주 언론 인터뷰에서 대중의 부정적 인식을개선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면서 트럼프 방향전환 프로젝트를 '유조선의 선회'에 비유했다.

트럼프가 이민정책 완화를 시사했다가 불법 이민자 추방과 멕시코 장벽건설 입장을 고수한다며 도로 강경회귀하는 것도 그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