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철도 2호선 개통 한 달
▲ 17일 오후 6시 인천시청역에서 시민들이 인천도시철도 2호선 차량을 타고 내리고 있다.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

시민 대다수 '호평'…출구·안내표시 등 일부 불편 사항
엄마들 "아이 다칠까 우려"…장애인 배려 부족 호소도


인천도시철도 2호선을 이용하는 인천시민들은 대체적으로 2호선에 후한 점수를 줬다. 무엇보다 서구 검단오류역부터 남동구 운연역까지 버스로 2시간 가까이 가야할 거리를 불과 48분 만에 환승 없이 오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었다.

하지만 개통 후 10여 차례 발생한 사고는 불안감으로 남아있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 없는 접이식 의자 배치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빠르고 편하다"

16일 주안역에서 만난 이길주(22)씨는 2호선을 "혁신의 끝판왕"이라고 칭찬했다. 이 씨는 평소에 개봉역에서 부평역까지 경인선을 이용했다가 904번·904-1번 버스를 타고 서구 석남동으로 향했다.

46번 버스로 환승한 뒤 여자친구 집 근처에 다다르면 1시간30분에서 2시간 가까이 걸렸다. 만나면 좋지만 '고된 만남'이었다.

2호선 개통 후에는 달라졌다. 아무리 늦어도 50분이면 여자친구를 만날 수 있다. 이 씨는 "여자친구도 학교(인천대)까지 2시간 정도 걸리던 거리가 1시간으로 줄어서 좋아한다"고 말했다.

인천시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노시훈(37)씨도 마찬가지다. 자기 집인 김포신도시에서 인천시청까지 1시간30분(김포~계양역~인천시청) 걸리던 출근길이 1시간10분(김포~검단사거리~인천시청)으로 짧아졌다. 그만큼 아침에 여유가 생겼다.

노 씨는 "장거리 출근길에 오르는 사람들은 출근시간에 정말 예민하다"라며 "10분만 당겨져도 차이가 큰 데, 이제 자는 시간이 20분 정도 길어졌다"고 했다.

인천시청역에서 만난 정낙분(64)씨는 매일 2호선을 타고 만수역과 석바위시장역를 오가고 있다.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영어수업을 받기 위해서다. 버스를 이용할 때 30~40분 정도 걸리던 거리가 2호선을 이용하면서 25분으로 짧아졌다.

정 씨는 "굉장히 흐뭇하고 9점 이상 주고 싶다"라며 "수업이 없을 때 운연역부터 종점(검단오류역)까지 타볼 예정이다"라고 했다.

아쉽거나 불편한 점은 있었다. 이길주 씨는 "가정역에서는 실수로 출구를 잘못 고르면 아예 밖으로 나가서 돌아야 한다"며 "경전철이라 작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면 혼잡할 것 같아 걱정된다"고 했다.

정낙분 씨는 "석바위시장역의 출구방향을 안내하는 화살표가 헷갈리게 돼 있다"라며 "안내판을 제대로 그리고 큼직하게 방향을 표시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사고 불안, 장애인 배려없어"

엄마들은 2호선을 타기가 불안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들이 다칠까 우려해서다. 지난 11일에도 독정역에서 아이의 발이 승강장과 차량 사이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다.

8살 아이를 둔 이향주(38)씨는 "아이랑 같이 탈 때 불안해서 한눈팔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초기 사고는 어쩔 수 없지만 지금처럼 잦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아이엄마도 "애 키우는 입장에서 불안하다. 아이 발이 승강장과 차량 사이에 빠질까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노시훈 씨는 시민 불안을 없애기 위해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 씨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불안을 주는 것 보다 해결 방안을 말하는 게 시민 입장에서 믿음이 갈 것"이라며 "숨겨서 일을 키우기보다 2호선 운행을 안정화시키는 게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지체장애인 정은미(54)씨는 실망이 적지 않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2호선을 이용하면 어디든지 오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실은 반대였다. 승객들은 전동휠체어를 세워야 할 공간에서 접이식 의자를 펴고 앉아있기 일쑤였다. 휠체어 자리에 접이식 의자가 있다 보니 정작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없는 공간이 돼버린 것이다.

정 씨는 "다른 지하철에는 휠체어 자리에 안전봉만 설치해 두는데, 2호선은 왜 의자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며 "장애인은 타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이어 "기대는 10점이었는데 지금은 5점"이라며 "잦은 사고도 불안하고 상상만 해도 탈 엄두가 안 난다. 장애인은 거동이 불편해 사고를 피하기도 힘들다"라고 호소했다.

2호선을 바라보는 시민의 '말말말'

김호영(18·고2)="10점 만점에 8점. 전에는 버스 2번 갈아타고 1시간30분 걸려 학교에 도착했지만 이제는 1시간이면 된다. 지각 걱정이 싹 사라졌다."

이길주(22·인천대 신문방송학과)="9점 준다. 여자친구 만나러 가는 길이 1시간이나 단축돼서 꽃단장 할 시간이 늘어났다."

정은미(54·지체장애인)="기대는 10점, 타보니 5점. 장애인 자리가 있으면 뭣하나. 접이식 좌석에 앉는 사람이 많아 휠체어를 댈 곳이 아예 없다.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2호선이다."

정낙분(64)="영어 배우러 다니면서 탄다. 9점 주겠다. 역사 안내판이나 출구방향 표시를 더 크고 알아보기 쉽게 만들면 좋겠다."

노시훈(37·공무원)="9점 주고 싶다. 사고가 발생하면 숨기기보다 빨리 공개하고 조치방향을 알려야 시민에게 더욱 믿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향주(38·아이엄마)="10점 만점에 5점. 초기 사고 없을 순 없지만, 지금처럼 잦으면 불안하다. 아이를 데리고 타는 부모들은 더욱 가슴이 철렁할 것 같다."


/박진영·송유진 기자 erhi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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