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매파' 발언에 美 9월 인상설↑…日·유럽은 추가완화 가능성
각국 통화정책 차별화 속도낼 가능성에 금융시장 불확실성 커질 듯

미국과 일본·유럽의 중앙은행이 각각 '긴축'과'완화' 쪽으로 통화정책의 강도를 키우며 서로 정반대 방향의 길을 걷는 흐름이 9월부터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에선 지난 26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이후 9월 인상설이 급부상한 반면에, 극단적인 통화정책인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 중인 일본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은 다음달 돈줄을 더 푸는 추가완화 결정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들 중앙은행이 어떤 조치를 택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옐런 의장의 발언 직후 미국의 달러가치와 국채금리를 뛰고 주식시장의 경계감은 높아졌다.
 
◇ 골드만삭스 9월 美금리인상 가능성 40%로 상향…9월2일 고용지표가 변수

옐런 의장은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포럼에서 "최근 몇 달간 금리 인상을 위한 여건이 강화됐다"고 밝혔다.

인상 시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으므로 연내 한번 정도 올릴 것으로 해석된 수준의 발언이었다.
 
하지만 같은날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이 옐런의 발언에 주석을 달면서 9월 인상 가능성은 급부상했다.

피셔 부의장은 CNBC 인터뷰에서 옐런의 발언에 대해 이르면 9월에도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그는 연내 2차례 인상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오는 9월 20∼21일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0.50%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올렸다. 9년여 만의 인상이었다. 금융위기 이후이뤄진 양적완화 조치를 단계적으로 모두 거두어들인 데 이어 금리 정상화에 시동을건 것이었다. 하지만 중국 성장 둔화 우려, 5월 고용지표 쇼크, 브렉시트 등이 이어지면서 추가 금리 인상은 미뤄왔다.

9월이 아니라면 올해 안에 2차례의 기회가 더 있다. 대통령 선거 직전인 11월에통화정책회의가 열리며 12월에도 회의가 있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옐런의 '매파적' 발언 이후 9월 인상 확률을 38%, 12월은 62%로 보고 있다. 선물 시장에 나타난 금리 인상 가능성은 9월의 경우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직후에는 0%였지만 최근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금리 조기 인상을 강조하는 발언이 잇따르자 많이 올라왔다.

올해 들어 어느 때보다 수위가 높은 옐런의 이번 발언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은 커졌다. 다만 앞서 경제 지표의 부진으로 금리 인상이 연기된 적이 있으므로 다음달2일 노동부가 발표하는 8월의 신규고용 증가량이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야누스 캐피털의 빌 그로스는 CNBC 인터뷰에서 "고용시장 지표가 괜찮다면 연준은 9월에 금리를 25bp(0.25% 포인트) 올릴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고용 지표는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신규 취업자는 평균 19만명에 이르렀다.

블룸버그가 설문한 애널리스트들은 7월에 25만5천명의 취업자가 늘어난 데 이어8월에는 18만5천명이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실업률은 4.8%로 소폭 하락했을것으로 예상됐다.

골드만삭스는 옐런 발언 이후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30%에서 40%로 상향했다.
연내 인상 가능성은 75%에서 85%로 높였다.

미국 경제는 안정되고 있어 수년 내 물가상승률 목표치에 근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日 구로다 바주카포 쏠까…ECB도 추가 부양책 필요성 제기

반면 유럽과 일본은 추가 부양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주요 경제권인 미국과 유럽·일본 사이에 통화정책 대분기(great divergence)가 본격화할 수 있다. 대분기는 지난해 12월 미국이 금리를 올린 뒤에 이미 예견된 일이다. 주요 경제권의 통화정책 방향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을 가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일본은행은 다음달 20∼2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완화책을 꺼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 20일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필요한 경우에는 주저 없이 추가적인 완화 조처를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추가 완화책을 시사한 적은 많지만, 강도가 훨씬 세졌다.

일본은행은 올 초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했지만, 오히려 근래 엔화 가치가 치솟아 아베노믹스가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구로다 총재는 금리를 더 낮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일본은행은 지난 7월 회의에서는 뚜렷한 추가 부양책을 내놓지 않아 투자자들을실망하게 했다.

모건스탠리MUFG증권은 일본은행이 양적완화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고자 국채 매입을 확대하고 회사채, 지방채 등도 추가할 수 있다고 최근 예상했다. 또 자산 매입 확대로 본원통화 공급 규모를 80조엔에서 10조∼20조엔 더 늘릴 것이라고 봤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자문인 혼다 에쓰로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다음 달에 대담한 추가 완화 정책을 단행할 가능성이 50%를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엔화 강세 현상에 대해 "통화정책을 추가 완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 물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중앙은행이 완화를 억제하기 시작하면 "절대 디플레이션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어 국채 매입을 늘려 본원통화 공급 규모를 연 100조 엔으로 25%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은행이 극단적인 '헬리콥터 머니'를 도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구로다 총재는 이 정책이 필요하지 않은 데다 현행법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ECB는 8주간의 여름 휴지기를 끝내고 미국이나 일본의 중앙은행보다 앞서 9월 8일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지난 18일 공개된 7월 회의 의사록은 새 부양책 시행의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분석이 나왔다. 위원들은 당시 회의에서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이 글로벌 경제에 가할 충격을 "매우 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현재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제로(0)를 겨우 웃돌아 ECB의 목표인 2%와 거리가 멀다.

ECB가 추가 완화책을 당장은 내놓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JP모건은 지난 23일 발표된 유로존 합성 구매관리자지수(PMI)의 호조 덕분에 ECB가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내리거나 채권 매입 프로그램 기간 연장에 나서지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ECB는 지난 3월 예금금리를 -0.4%까지 내리고 채권 매입 확대, 초저금리 은행 대출 등을 결정한 '바주카포'를 쐈다. 브렉시트 이후 열린 첫 회의인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했다. 
 
◇ 달러 강세·신흥 통화 약세 전망…글로벌머니 이동에 촉각

옐런 의장의 발언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자 달러는 강세 흐름을 보였다. 미국 국채 금리는 올랐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26일 0.7% 오른 95.46으로8거래일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유로화 대비 0.7% 상승한 유로당 1.1195달러를 기록했으며 엔화 대비로는 1.3% 오른 달러당 101.77엔을 보였다.

미국 국채 금리는 상승했다. 2년물은 6bp(1bp=0.01%p) 오른 0.84%였으며 10년물은 4bp 오른 1.62%였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이날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53.01포인트(0.29%) 하락했으며 S&P 500 지수는 3.43포인트(0.16%) 떨어졌다.

미국의 주식시장은 오래 지속된 통화완화 정책 덕분에 최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미국의 통화완화 정책은 주식과 채권시장을 떠받쳤지만, 달러에는 약세로 작용해왔다.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옐런의 발언 이후 다음달 2일에 발표될 8월 고용지표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으며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애널리스트와 트레이더들은 말한다.

프루덴셜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는 "고용통계가 굳건한 것으로 나타나면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 지표에 따라 9월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출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은 달러 강세와 신흥시장 통화의 약세를 예상했다. 이 은행의 스티븐 잉글랜더는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면 신흥시장 통화에 압력이 가하고 미국 달러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달러당 100엔 안팎에서 움직이며 나타난 엔화가치 강세도 당분간 주춤할 가능성이 커졌다.

블룸버그의 애널리스트 설문에 따르면 달러 가치는 연말까지 유로당 1.09달러, 달러당 105엔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