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선관위 삭제 요청해
비방 여론조사 공표 해당
선관위 "규정 맞게 처리"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작성된 4·13 총선 관련 인터넷 글 1031개가 사라졌다.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삭제 요청한 글들이다.

글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후보자 비방을 넘어 단순히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거나, 개인 의견을 제시한 글들도 상당수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삭제 대상 중에서 잘못된 정보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글은 소수에 불과했다. 학계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사례라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관련기사 3면>
 
22일 인천일보는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연구팀의 정보공개요청에 따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개자료를 입수해 분석했다.

그 결과 인천시선관위는 지난 1~4월 네이버·다음 등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와 글 작성자에게 인터넷 글 1031건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개된 자료는 시 선관위가 인터넷 홈페이지 관리자 등에게 보낸 삭제 요청 공문 634건, 삭제글 갈무리(캡쳐·Capture) 자료 1030건 등 총 1664건으로 이뤄져 있다.
 
삭제 사유는 비방 527건, 여론조사공표 298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 70건, 허위사실 56건 등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여론조사공표'로 인한 삭제가 문제였다. 단순히 등수를 언급하거나, 여론조사 결과를 담은 기사를 연결(링크)하거나, 기사 전체를 그대로 인용한 글까지 삭제됐기 때문이다.

'20대 총선 여론조사 결과 계양을 3파전(2월5일·트위터)', '(누군가에게 답하며) A후보는 현재 여론조사 3위입니다(3월11일·트위터)',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신문사진 인용(3월18일·네이버카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선관위는 'B지역은 야당이 노려볼 만합니다(3월25일·MLB파크)'처럼 자기 견해를 나타낸 글과 '지역구에서 3위시던데(3월31일·다음뉴스)'라고 순위만 언급한 글까지도 삭제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인터넷에 여론조사 결과를 게시할 때에는 출처, 공표일자, 표본오차 등의 정보를 담게 돼 있다. 선관위는 이러한 내용을 담지 않은 여론조사 글들을 모두 불법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관위의 인터넷 글 삭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정치학과 교수는 "여론조사 결과가 왜곡되는 걸 막기 위한 규정이 시민들의 건전한 의견 표현까지 막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연구팀 손지원 변호사는 "여론조사 공표에 대한 규제는 시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측면이 매우 크다"라며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규정에 맞게 해당 업무를 처리했다"고 말했다.


/박진영·송유진 기자 erhi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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