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정상회의서 남중국해 문제 제기 안할 것"
美日, 中견제 '필리핀 구애' 전망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에 잇따라 화해의 손짓을 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해법을 찾는 데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18일 필리핀통신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밤 기자회견을 통해 내달6∼8일 라오스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의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6월 말 취임 이후 처음 등장하는 다자간 외교무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과 양자 대면을 할 때만 남중국해 문제를 꺼낼 것"이라면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다투고 이곳저곳에서 시끄럽게 하면 상대방이 대화조차 원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직접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전쟁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으로, 선택 대상이 아니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이후 피델 라모스 전 대통령을 정부 특사로 지명, 중국과 양자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필리핀은 중국의 또 다른 영유권 분쟁 상대방인 베트남과 함께 중국의 인공섬 건설과 군사 시설화 등 영유권 강화 행보에 제동을 걸기위해 아세안 차원의 대응책을 모색해왔다.

그러나 캄보디아와 라오스 등 아세안 내 친중국 회원국들의 반대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아세안 정상회의 기간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미국, 중국, 일본의 정상이 라오스를 방문해 아세안과 회담을 할 예정이다. 아세안과 한국·미국·중국 등 총 18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도 열린다.

작년 11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아 관련 정상회의에서는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국에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중단 등을 요구한 반면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분쟁 당사국 간 해결 원칙과 제3국의 개입 반대를내세우며 대립했다.

당시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미국, 일본과 공조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이 내달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중국과의 양자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다자간 회의 때는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고 함에 따라 미·중·일이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을 끈다.

중국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런 입장을 환영하며 남중국해 갈등 구도에서 미국,일본 등 다른 나라를 배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중국의 남중국해 패권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공동전선에서 필리핀의 이탈을 막으며 다른 아세아 회원국을 끌어들이는 외교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과 아세안은 16일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 행동선언(DOC)에 관한 13차 고위급 회담을 열어 외교당국 간 핫라인을 설치해 남중국해 긴급사태 발생에 대처하기로 합의했다.

또 DOC를 기초로 구속력 있는 이행방안을 담은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 행동수칙'(COC) 초안을 내년 중반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