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처리된 물과 가정 수돗물에서 장염, 간염, 뇌수막염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니 이보다 더 심각하고 중대한 일이 따로 없을 것이다. 어느 나라 못지 않게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을 뿐 아니라 인구밀도가 높고 강수량이 세계평균에도 못미치고 있는 게 우리의 실정이니 말이다. 우리나라의 물사정은 양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이지만 수질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다. 수질이 저하되면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줄어들기 때문에 물부족현상을 심화시킨다. 동시에 식량부족 경제침체 생태계 파괴와 직결된다. 비록 부분적인 것이라 해도 먹는 물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는 것은 중대한 경고이며 물의 긴박성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때가 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정수장과 양평군 양평정수장 등 4개 정수장의 물과 하남시 신정2동, 여주군 여주읍 등 4개 마을 가정집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한다. 특히 걱정인 것은 여주읍 수돗물에서는 100ℓ당 33.5마리가 발견돼 이미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수돗물 바이러스 문제가 여러차례 제기됐으나 환경부가 공식 조사를 통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수질개선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그런데도 수질은 개선되기는커녕 악화일로에 있으며 그에 따른 폐해 또한 심각하다. 정수물에서의 바이러스 검출 원인으로 필수소독 능력 결여, 운영인력 정수장 부족, 취수장 유치 부적정, 정수장 운영부실, 수도관 노후 등을 꼽고 있다.

 이번 환경부 조사대상은 소규모(하루 처리능력 10만t미만) 정수장 31곳이었다. 그러니까 인천에 있는 부평, 노온, 남동, 공촌 등 4개 정수장은 모두 10만t이상 규모로 그 대상에서 빠졌다는 얘기다. 인천도 예외는 아니어서 수돗물 오염의 온갖 원인을 두루 안고 있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노후관이 많고 수원이 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1급수를 공급하는 것은 정부의 과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도 주민의 생존이 걸린 이 문제에 대해 면밀한 검토와 분석을 해야 한다. 빈틈없는 대책을 당부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