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직후 여론조사 우세 후보가 1952년 이후 16차례 대선서 전승
전문가들 "9월말 TV토론 전 승부 결정 가능성…유권자들 마음 안바꾼다"
더 힐 "주요 경합주 뒤지는 트럼프, 힐러리꺾고 백악관 입성 매우 어려워"

시간은 도널드 트럼프의 편이 아니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가 다음 주까지도 민주당 라이벌인 힐러리 클린턴에게 지지율에서 뒤진다면 11월 대선에서 클린턴의 승리 가능성이 90%에 달한다고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텍사스대학 크리스토퍼 블레지언 교수의 예측을 인용해서다.

블레지언 교수는 현대적 기법의 여론조사와 TV 선거가 시작된 1952년 이래 16차례의 대선에서 전당대회 직후 지지율이 뒤졌던 대선후보가 역전에 성공해 당선된 적은 전무하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전대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11곳의 스윙스테이트, 즉 경합주는 물론 전국단위 조사에서도 모두 열세다. 전국단위 조사는 크게는 두자리 차로 벌어졌다.

폴리티코는 "최근의 슬럼프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트럼프 측에는 정신이 번쩍드는 소식"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트럼프의 반등 가능성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공통된 판단이라고 한다.

유권자들의 선호도가 고정되기 전에 클린턴이 압도적인 경선 레이스의 궤도를 바꿀 시간이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물론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3차례의 TV토론이 남아있다. 하지만 첫 토론이 9월 26일에나 잡혀 있어 그 전에 지금의 판세가 고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토론 결과에 상관없이 트럼프가 이미 패배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인 셈이다.

특히 부재자 사전투표가 늘어난 것도 트럼프에게는 부담이다.

37개 주가 부재자 투표를 허용한다. 일부 주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시작된다.

TV토론 등을 거치며 승부를 역전한다는 트럼프 캠프의 구상이 잘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

블레지언 교수는 "클린턴이 현재의 우위를 한주만 더 유지하면 역대 선거 데이터에 비춰 그녀가 이길 확률은 거의 90%"라며 "트럼프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전대가 끝난 뒤 마음을 정한 유권자들은 캠페인이 진행돼도 거의 흔들리지 않는다"며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유권자가 지금쯤 마음을 굳혔다"고 설명했다.

공화당 일각에서 당의 자금과 인력 등 지원을 트럼프가 아닌 상·하원 의원선거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마지막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6년 선거는 과거와 여러 면에서 다른 독특한 선거다. 마지막 12주의 레이스가 과거와 똑같지는 않을 것 같다. 트럼프는 독특한 후보이다. 그는 현대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선후보지만 라이벌인 클린턴에 대한 비호감도 만만치 않다.

퀴니피액대학 여론조사 전문가인 피터 브라운은 "클린턴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그녀를 사랑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들은 트럼프를 경멸하는 것보다는 덜 그녀를 싫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3개 승부처에서 클린턴이 얻은 45%의 지지는 트럼프에 대한 반대에서 유발된 부분이 크다고 그는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대선은 상대적으로 무당파층이 크다. 이론적으로 트럼프에게 아직 기회가 있는 셈이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 평균에 따르면 두 후보의 지지율을 합산하면 89%다.

이는 과거 후보들에 비하면 작다.

2012년 대선에서 전대 2주 뒤 버락 오바마 후보와 밋 롬니 후보의 지지율 합산은 94%였다.

이와 함께 클린턴이 앞서 있는 지금의 경합주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가 클린턴을 꺾고 백악관에 입성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의회전문매체 '더 힐'도 이날보도했다.

더 힐은 "트럼프가 이기는 가장 그럴듯한 길은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가 이겼던 주를 모두 차지하면서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승부처에서도 승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인 270명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2년에는 민주당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가 이들 3개 주에서 롬니를 5%포인트 미만으로 모두 이겼다.

특히 29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플로리다에서 오바마는 1%포인트 앞섰다. 트럼프가 이곳을 이기지 못하면 승리는 불가능하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하지만 CBS의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클린턴에 5%포인트 뒤졌다.

클린턴은 오하이오에서도 트럼프를 다소 앞선다. 만약 트럼프가 플로리다와 오하이오를 모두 이기는 이변을 연출하더라도 20명의선거인단이 걸린 펜실베이니아에서 클린턴을 꺾지 못하면 대권은 요원하다는 게 '더힐'의 전망이다.

펜실베이니아는 4년 전 오바마가 5%포인트 이기는 등 1992년 이후 민주당 후보가 싹쓸이했다.

퀴니피액대학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클린턴이 트럼프를 10%포인트 앞섰다. 반면 클린턴이 승리하는 길은 훨씬 간단하다.

그녀는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버지니아 3개 주에서 패배하더라도 4년 전 오바마가 이겼던 다른 주들에서 승리하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더 힐'은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