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 제품화 계약 기념식 열어
송도, 성공땐 뇌과학 중심지로
▲ 11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세계 두번째 11.7T 마그넷 발주 및 PET-MRI 제품화 계약체결 기념식'에 참석한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 유정복 인천시장, 이탈리아 ASG 슈퍼콘덕터스(Superconductors), 마그넥스, IDG 캐피탈 파트너스 관계자들이 협약을 맺은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뇌'는 의학의 오랜 숙제다.

끊임없는 탐구와 관련 의료기기가 개발되고 있지만 일부 국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가천대 길병원이 뇌 촬영 전용 11.7T(Tesla, 테슬라) MRI(자기공명영상) 시스템 개발을 선언했다.

성공하면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11.7T MRI 시스템 보유국이 되고, 송도국제도시 BRC(Bio Research Complex)는 아시아 뇌 과학의 중심지로 부상한다.

가천대 길병원은 11일 오후 2시 송도컨벤시아에서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 유정복 인천시장, 황보 은 인천일보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탈리아 ASG 슈퍼콘덕터스(Superconductors), 마그넥스, IDG 캐피탈 파트너스와 '11.7T 마그넷 발주 및 PET-MRI 제품화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최첨단 MRI는 독일 지멘스, 미국 GE, 네덜란드 필립스 등 일부 글로벌 업체가 독점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2004년 아시아 최초로 7T MRI 기술을 도입했고, 최첨단 11.7T MRI 시스템 상용화에 나서겠다는 선언이다.

11.7T 마그넷은 자동차로 치면 엔진에 해당된다.

11.7T MRI를 개발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일종의 강력한 자석으로, 자장이 셀수록(숫자가 클수록) 더욱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영국 마그넥스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7T, 9.4T, 11.7T 등 초고자장 마그넷 설계·제조·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이탈리아 ASG 슈퍼콘덕터스가 이를 제작하고 있다.

마그넷을 핵심 기술로 이용한 11.7T MRI는 현재 병원에서 진단용으로 사용하는 3T MRI보다 평면 해상도가 1만배 이상 선명해 뇌 속을 들여다보는데 최적화된 장비이다.

가천대 길병원은 11.7T MRI의 핵심 부품인 마그넷을 143억 원에 국내로 들여와 2020년까지 설치한 뒤 자체 보유한 영상화 장치 등의 기술을 적용해 11.7T MRI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2022년까지 동물이 아닌 사람을 연구용으로 쓸 수 있을 정도의 임상 적용 기술 개발이 목표이다.

또 분자적 관찰을 통해 뇌 질환을 진단하는 PET(양전자단층촬영)와 뇌의 해부학적, 기능적 관찰을 통해 질환을 진단하는 MRI를 동시에 촬영할 수 있는 PET-MRI 융복합 시스템을 제품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병원은 마그넥스와 송도 BRC에 PET-MRI 제품화를 위한 연구·제조시설을 설치할 방침이다.

길병원은 이번 마그넷 발주를 시작으로 2020년까지 마그넷 설치와 전자 장비 개발을 완료하고 2022년까지 임상 적용 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병원 측에 따르면 11.7T MRI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그넷 설계, 제조, 생산 기술과 더불어 RF코일(Radio Frequency Coil), 영상화 장치 등 우주선 제조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한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가천이 주도하는 송도 브레인 밸리는 머지않아 세계 최고의 뇌 연구 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T는 자기장의 단위인 테슬라(Tesla)의 약자로서, 1테슬라는 10000 가우스다. MRI는 아주 강한 자기장을 이용해 수소 원자핵을 자화시켜 영상을 얻는 장치이다. MRI의 해상도는 자기장의 세기에 따라 결정된다. 지구자기장이 약 0.5G(Gauss, 가우스)인데 비해, 7T MRI의 자기장은 지구자기장의 약 14만배에 해당한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