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융 베이징사범대 교수 "한중관계, 말한마디로 뒤집히지 않을 것"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지나치게 과격해지고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중국의 전략적 손실이 될 것이라는 중국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마융(馬勇) 베이징사범대 정부관리학원 교수는 11일 싱가포르 연합조보(聯合早報) 기고문을 통해 "중국이 사드배치 문제로 한국과 관계에 있어 상호 혐오에 이어 대립으로 치닫는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상호 안보전략의 일환으로 획책된 사드배치 문제는 미국이 주(主)이고 한국은 종(從)일 뿐"이라면서 "(중국의) '한국 때리기'는 결국 한중관계를 훼손하는 데서 나아가 (중국이 꺼리는) 한미일 동맹체제의 강화로 귀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 교수는 사드배치 문제가 불거지며 한중 경제무역 관계에 대한 타격, 한국 유명 연예인의 출연금지 논란, 중국 관광객 축소설(說) 등으로 중국 외교가 "과격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외교의 과격화는 중국에 경제 자원을 소모토록 하는 부담을 지우고 중국외교 자체를 피동적으로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사드배치가 북한 핵 문제와 더불어 한반도 정세를 한층 악화시키겠지만, 한국이 끝내 이 카드를 꺼내 든 것은 한국이 받아들이고 있는 안보 상황의 심각성을 반증한다"며 한국의 입장을 상당 부분 수용했다.

해외 언론을 통한 마 교수의 이런 논평은 기존 중국 관영 매체에 소개되는 학자와 전문가들의 강경한 반응과는 대조된다. 최근 중국 언론 매체에는 한국에 대한 제재와 보복을 주장하는 강경 대응론 일색이다.

법학박사 출신의 마 교수는 중국의 국제전략과 주변국 및 유라시아 관계를 연구하는 학자로 정평이 나 있다.

마 교수는 한중수교가 20여 년을 맞으며 상당히 높은 수준의 관계를 맺어왔고 한국이 여러 차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의 손을 들어줬던 점에 비춰 "한중 우호라는 '큰 배'가 말 한마디로 뒤집힐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외교의 과격화를 거듭 경고하며 "그간 중국외교의 성취가 뛰어났지만 최근 여론의 선호를 받는 강경한 태도 과시로 대국굴기(堀起)의 만족감을 얻는 데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 "과격한 반응이 중국외교의 새로운 이미지가 돼서는 안 되며 중국이 양호한 주변 환경을 모색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아 경중 완급을 가려 침착하게 외교적 분쟁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 교수는 또 남중국해 문제에서도 필리핀 등 동남아국가와의 과도한 대치국면을 피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정부 당국, 언론 매체, 학계가 당분간 희석화하는 책략을 쓸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