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청 전직 수장 2명 클린턴 지지…反트럼프 도미노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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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내에서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탈(脫) 트럼프 행렬'에 속도가 붙고 있다. 

'막말 트럼프'를 향한 실망감이 최근 불거진 '무슬림 비하' 논란에 폭발하면서 공화당 내부 분열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상황이다. 
 
9일(이하 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공화당 행정부에서 환경보호청(EPA) 수장을 지냈던 인사 2명이 '반(反) 트럼프' 대열에 가세했다. 

미 환경보호청(EPA)의 전직 청장들인 윌리엄 D. 러켈스하우스와 윌리엄 K. 라일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는 환경 보호와 공중보건 수호라는 공화당의 유산을 파괴하려 든다"며 트럼프 대신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한다고밝혔다. 

러켈스하우스는 로널드 레이건·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시절에, 라일리는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환경보호청장을 맡았다. 

이들은 "트럼프는 환경법으로 구현하는 과학과 공중보건 문제에 완전히 무지하다"며 "과학을 기반으로 한 환경정책에서 공화당의 역사적인 기여를 전혀 알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세계를 수십 년 뒤로 후퇴시킬 것"이라며 "젊은 세대는 우리가 이뤄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시대를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처럼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공화당 인사들은 최근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공화당의 수전 콜린스(메인) 상원의원은 전날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는 대통령의 필수 자질이 결여됐다"며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표를 주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콜린스 의원은 다만 "주요 정당 후보 둘 다 지지하지 않는다"며 대선에서 트럼프 대신 누구에게 투표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앞서 스콧 리겔(버지니아)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신 자유당의 게리 존슨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지난주 애덤 킨징어(일리노이) 하원의원도 "나는 공화당원이기 이전에 미국인"이라며 트럼프 반대 의사를 밝혔다. 

리처드 한나(뉴욕) 하원의원은 지난 2일 아예 트럼프가 아닌 클린턴에게 표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리처드 닉슨과 조지 W.부시(아들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 고위 관료로 일한 50명은 최근 트럼프가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미 역사상 가장 무모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연명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아들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공보국장을 지낸 레즐리 웨스틴과 레이건 전 대통령의 정치 보좌관 출신 프랭크 래빈도 트럼프 대신 클린턴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윌리엄 밀리켄 전 미시간 주지사와 미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을 지낸 마이클 모렐 역시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에 반대했다. 공화·민주 양당의 행정부 아래서 일했던 모렐 전 부국장은 '양당 선택지' 가운데 클린턴의 손을 들어줬다.
 
CIA 요원 출신인 공화당 하원 수석정책국장 에번 맥멀린은 트럼프를 낙선시키겠다며 아예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다. 

칼럼니스트인 폴 월드먼은 이날 WP 기고문에서 "한 명의 반대자가 다음 타자의 이탈에 동력이 되고 있다"며 공화당 내에서 펼쳐지는 반(反) 트럼프 도미노 현상을 해석했다. 

월드먼은 "트럼프의 가라앉는 배를 공화당원들이 버리는 형국"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내 분열과 맞물려 지지율도 클린턴에게 점점 밀리는 판세라 트럼프로선사면초가의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