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발렌베리 실종 72년…"소련이 제거했다고 확신" KGB 수장 일기 발견


 
수천 명의 유대인을 나치 학살로부터 구해낸 뒤 실종됐던 스웨덴 외교관 라울 발렌베리가 소련에 의해 살해됐다고 확신한 소련 비밀경찰기구 국가안보위원회(KGB) 수장의 일기가 발견됐다.

2차대전 당시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대사관에서 일했던 발렌베리는 1945년 실종됐고, 당시 부다페스트를 통치하던 소련에 의혹의 눈길이 쏠렸다.

하지만 소련은 연방해체 이후인 지금까지도 "모른다", "병으로 죽었다"는 등의 말만 되풀이해 그의 죽음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뉴욕타임스는 KGB 수장을 지낸 이반 세로프의 일기가 발견돼 지난 6월 책으로 출간됐으며 이 책에는 발렌베리와 관련된 내용이 적혀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로프는 일기에서 "(스탈린 후임 서기장인) 니키타 흐루쇼프가 발렌베리 사건을 조사하도록 내게 지시했다"면서 "그의 죽음과 관련한 완벽한 상황을 찾지는 못했다. 그가 스파이라는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가 1947년에 제거됐다는 것은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또 일기에는 발렌베리를 제거하라는 명령이 스탈린과 바이어체슬라프 몰로토프 외무장관으로부터 내려왔다는 전임자 빅토르 아바쿠모프의 발언도 기술돼 있다. 세로프는 1954년부터 1958년까지 KGB를 이끌었고, 이후 군 정보부대를 지휘하다가 부하 중 한 명이 스파이로 드러나 불명예스럽게 물러났으며, 1990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의 일기는 손녀인 베라(57)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집을 4년 전에 수리하던 중 인부들에 의해 발견됐다.

베라는 "할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책을 출간했다"고 말했다.

이 일기에 적힌 내용이 사실이라고 확인할 수 없지만, 발렌베리를 소련이 죽였다는 의혹이 더 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의 명문가 출신인 발렌베리가 실종된 직후 스웨덴 주재 소련 대사였던 알렉산드라 콜로타이는 발렌베리의 어머니에게 "아들이 구금됐다"고 말했다가 소련이 공식으로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하자 그도 발언을 철회해 실종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1950년대에는 스웨덴이 소련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하는 와중에 소련이 "1947년 7월 감옥에서 심장발작으로 죽었다"고 말했으나 신뢰를 받지 못했고, 2000년 나온 최종 보고서도 관련 자료가 파괴돼 명확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끝을 맺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