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국회 논의 거쳐 의견 수렴…자민당 초안대로 할 생각 없다"
피폭자단체 "핵 선제 불사용 美 구상에 반대 말라" 아베에 서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개헌에 반대하는 피폭자의 간청에도 헌법을 개정한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7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원폭 투하 71주년인 전날 피폭지 히로시마에서 피폭자단체 대표와 면담한 후 개헌에 관해 언급했다.

7개 피폭자단체의 대표는 아베 총리에게 안보관련법의 철회와 헌법 개정 추진 포기 등을 건의했다.

요시오카 유키오(吉岡幸雄) 히로시마피폭자단체연락회의 사무국장은 "일본 헌법은 원폭 투하의 비극을 낳은 전쟁 반성에서 태어났다. 사몰자의 유언이다. 안보법 철회와 개헌 계획 취소를 거듭 요구한다"고 말했다.

사쿠마 구니히코(佐久間邦彦) 히로시마현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 이사장은 "핵무기는 악마의 무기이며 절대 악"이라며 "정부는 핵보유국에 동조하지 말고 피폭국으로서 핵무기금지조약의 조기 제정을 핵보유국에 촉구하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아베 총리는 면담에서 안보법이 "부전(不戰)의 맹세를 끝까지 지키고 전쟁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후 기자들과 따로 만난 자리에서는 개헌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아베 총리는 "중·참의원 헌법심사회라는 조용한 환경에서 논의해 국민적인 논의로 이어가야 한다"며 "조문을 어떻게 개정할 것인지 국민적 논의 끝에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헌법 9조를 개정해 국방군을 창설하는 내용을 담은 자민당의 헌법 개정 초안에 관해서는 "그대로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런 가운데 핵 군축에 찬성하는 이들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핵 선제 불사용' 구상에 반대하지 말라는 서한을6일 아베 총리에게 보냈다.

일본의 피폭자단체와 모튼 핼퍼린 전 미국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프랭크 폰히펠전 백악관 과학기술국 국가안보담당 부국장 등 핵 군축 논의에 앞장선 각국 인사 등115명은 "분쟁에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미국이 약속하는 것에 반대하지 말아달라"는 뜻을 서한에서 밝혔다.

아베 총리는 6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원폭희생자 추모의식에서 "유일한 피폭국으로서 비핵 3원칙을 견지하면서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 유지 및 강화의 중요성을 호소해 가겠다"고 언급했으나 핵무기 폐기나 금지 등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일본 정부는 동맹국인 미국이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자국에 대한 핵 공격을 억제하는 이른바 '핵우산'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구호를 외치면서도 핵무기 전면금지에 찬성하지 않고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이 핵 정책의 일대 변환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