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문화예술가 기타노 다케시현대적 관점으로 써낸 도덕론
▲ <위험한 도덕주의자>
기타노 다케시 지음
MBC C&I
232쪽, 1만3800원

새책 <위험한 도덕주의자>(MBC C&I·232쪽)는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예술가 기타노 다케시의 '새로운 도덕'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배우, 감독 등 다채로운 경력과 대형 사고로 생사를 오갔던 그가 말하는 '도덕'에 관한 주장이다.

기타노 다케시는 책에서 "도덕은 무조건 지키고 따라야 할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깨뜨리고 바꿔야 할 내 삶의 가치"라고 단언한다. 남다른 이력과 독특한 관점을 가진 저자가 지금껏 살아오며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바탕으로 신랄하게 써내려간 또 하나의 도덕론이라고 할 수 있다.

도덕이란 무엇일까,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잔인하고 끔찍한 범죄들. 부모가 자식을 학대해 숨지게 하고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사건들부터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향한 '묻지마 범죄'에 이르기까지, 예전이라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바쁜 정치인들, 공동체에 대한 책임보다는 탐욕스런 이윤 추구에 목을 매는 경제인들을 볼 때 우리 사회에서 '도덕'이란 단어는 아예 멸종한 것처럼 보인다.

기타노 다케시는 "도덕이 어쩌고저쩌고하며 떠들어대는 놈의 말은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며 거침없는 직설적 어투로 도덕찬양론자들을 비판한다. 기타노 다케시는 착한 일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노인이라면 무조건 공경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행위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세뇌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자기 스스로 느껴봐야 비로소 가치 있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처럼 세상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열심히 일하는 게 최고의 덕목이던 시대는 지나갔는데도 '조선시대' 덕목을 추켜세우며 최선을 다하면 승부에서 이길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

원시시대 도덕이 생존과 직결돼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먹을 것이 한정돼 있던 시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정하는 것은 필연이었다. 권력자는 공동체의 질서와 평화를 위해, 자신의 입맛에 맞게 도덕을 만들어야 했다. 도덕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해왔으며, 어느 시대든 모든 인간에게 통용되는 절대 도덕은 존재하지 않았다. 인사를 도덕적 행동이라고 여기지만, 그것은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해주는 행위일 뿐인 셈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지금의 도덕교육이 바뀌어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기타노 다케시의 주장대로라면 이제는 강요당한 도덕이 아닌, 내 나름의 도덕으로 살아가는 편이 훨씬 더 멋진 일일지도 모른다. 1만38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