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문화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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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넬롱곶(Bennelong point) 바다는 시시각각 변했다. 햇볕이 쨍쨍할 땐 비치색이나 푸른색이다가도 석양이 질 때면 주홍색으로 출렁였다. 밤이 오면 바다는 보라색이나 노란색을 띠었다. 기괴한 모양의 '콘서트홀'을 밝히는 조명 때문이었다.

그런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오페라하우스'는 돛이 여러 개인 범선 같기도 하고, 로마병사의 화려한 투구처럼도 보였다.

아치형의 다리 '하버브릿지'는 오페라하우스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명화의 배색처럼, 베테랑 조연처럼 오페라하우스 뒤에 서서 완벽한 구도의 '작품'을 빚어내고 있었다.

지나치게 외관에만 치중한 나머지 실용성이라곤 손톱만치도 없을 것이란 예상은 억측이었다. 평일이었음에도 콘서트홀엔 자리가 없었고, 표정으로 보아 대부분 관광객들이 틀림없었다. 오페라하우스에서 연간 3000회가 넘는 공연이 펼쳐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한참 지나서였다.

콘서트홀 주변 노천카페들은 호주 시드니항에 대한 인상을 강화시켜 주었다. 해산물이 수북한 크림파스타나 '피쉬 앤 칩스'에 곁들인 도일스 라거 맥주를 목으로 넘기며 '언젠가는 이 곳에 꼭 다시 오리라'는 다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7년 취재차 찾았던 오페라하우스의 기억이 떠오른 건 인천시가 '아트센터 인천' 건립계획을 발표했을 때다. 시는 7년 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능가하는 '인천아트센터'를 짓겠다며 의욕적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준공을 앞둔 시기까지 왔다. 그런데 이달 말 예정됐던 준공이 다음 달로 미뤄지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 주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마무리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준공일정을 연기했다. 때마침 아트센터 실사에 나섰던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도 '준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의원들은 비좁은 객석의 문제 등을 제기하며 "황당한 수준"이라고까지 지적했다. 실제 아트센터 인천은 지금까지 69건을 보완했으며, 39건을 보수 중이다.

'아트센터 인천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시에 감사할 일이다. 문화도시를 만들어 보겠다고, 잘 해보겠다고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준공과 개관을 앞둔 지금의 시점에선 애물단지로 전락할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드는 상황을 맞딱뜨리고 말았다. 설립 당시 운영주체가 구속되는 등 변수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또다시 우리는 커다란 현안을 하나 안게 됐다.

아트센터 인천의 가장 큰 과제는 운영주체에 대한 문제이다. 인천시는 직영으로 할 지, 독립법인을 세워 운영할 지 아직 결정하지 못 했다. 그러나 시 직영으로 할 경우 문제가 많아 독립법인을 통한 운영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문가도 부족한 데다, 잘못될 경우 경영책임을 인천시민들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

시 직영인 인천종합문예회관의 경우 연간 220억여원의 시민세금이 들어가지만 시민들의 문화적 갈증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인천종합문예회관이 '시민회관'으로 전락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이다.

콘텐츠 문제도 큰 걱정거리다. 1727석의 객석이 비지 않고 돌아가려면, 연간 적어도 수백 회 내지 수천 회의 공연을 무대에 올려야 할 것이다. 무대에 오르는 예술인들이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끄는 상당한 실력을 보유한 오케스트라여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예산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1단계로 지은 '아트센터 인천'의 얘기만 했을 뿐이다. 그 옆에 지어질 '뮤지엄'과 '오페라하우스' 얘기까지 들어가면 머리가 아파 "나도 모르겠다"는 탄식이 저절로 나온다.

아트센터 인천 뿐 아니라, 인천은 현재 시립미술관, 국립세계문자박물관 등 굵직굵직한 문화시설 현안이 산재한 상태다. 이 복잡다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시민들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는 '인천문화예술 시민대토론회'를 열어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김진국 문화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