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작곡가의 '모차르트 풍' 교향곡, 원곡과 블라인드 테스트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작곡한 곡을 감상할 수 있는 연주회가 열린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오는 8월10일 오후 7시30분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모차르트 vs. 인공지능'이라는 타이틀로 청소년음악회를 개최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공연은 이세돌 9단과의 바둑대결로 높아진 관심에 발맞춰 인공지능(로봇) 작곡가로 잘 알려진 '에밀리 하웰'이 작곡한 오케스트라 곡 연주를 관객에게 선보이는 특별한 시간이다.

2012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스페인 말라가 대학이 개발한 작곡용 인공지능 '이아모스'의 작품 10곡을 연주해 앨범으로 발매한 적은 있지만 국내에서 인공지능의 오케스트라 작품을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밀리 하웰은 미국 UC산타크루스 대학 데이비드 코프 교수진이 개발한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으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에 두고, 바로크에서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어낸다.

수많은 음악을 분석해 박자, 음정 등 음악 요소를 각각 데이터화 한 뒤 그 요소들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작곡한다. 자신이 만든 곡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까지 반영해 계속 업데이트하는데 사람이 쓴 것처럼 매우 정교하다.

에밀리 하웰 곡의 음원은 사람들의 연주를 통해 2010년에 '프롬 다크니스, 라이트'(From Darkness, Light), 2012년에 '브리들리스'(Breathless)라는 음반으로 발매하기도 했다.

바흐, 비발디, 모차르트, 베토벤, 말러 등 기존 작곡가들의 곡을 학습해 비슷한 풍의 작품을 작곡하기도 한다.

이번 연주회에서 경기필은 에밀리 하웰의 '모차르트풍 교향곡(Symphony in the Style of Mozart) 1악장 Allegro'를 연주한다.

더불어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원 작곡가 '모차르트 교향곡 34번 1악장 Allegro vivace'를 연이어 들려주고 어떤 음악이 더 아름다운지 고르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모차르트와 인공지능이 맞붙는 세기의 대결인 셈이다.

인공지능 작곡 선두주자인 데이비드 코프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을 매우 흥미롭게 지켜봤는데 경기필의 기획 의도가 좋고 특히나 청소년을 대상한 공연이라 흔쾌히 참여했다"며 "오리지널 작곡가와 인공지능의 작품 중 관객들이 어떤 음악을 더 좋아할지 결과가 무척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편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한 김택수의 창작곡도 세계 초연한다. 경기필은 이번 공연을 위해 작품을 특별히 의뢰했다.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하고, 다양한 발췌(Excerpt)를 통해 만들어진 곡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간이고, 작곡가가 직접 무대에 나와 해설도 진행한다.

성시연 단장은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기관 '딥마인드'는 인공지능의 예술 창작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일본은 인공지능이 만든 예술 작품에 저작권을 인정하기 위한 법 정비를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에만 관심을 기울기고 있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실제로 음악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지 또 어떤 방식으로 음악에 활용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 밖에도 경기필은 태양계 행성을 소재로 한 홀스트의 '행성'을 연주한다.

홀스트의 '행성'은 우주의 신비함과 경이로움을 4관 편성 오케스트라로 표현한 대작으로 화성, 금성, 수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7개의 태양계 행성을 악장별로 담았다.

특히 제1곡 화성(전쟁의 전령), 제2곡 금성(평화의 전령), 제3곡 수성(날개 단 전령), 제4곡 목성(쾌락의 전령), 제5곡 토성(노년의 전령), 제6곡 천왕성(마법사), 제7곡 해왕성(신비주의자)에 맞춰 미디어 아티스트 최종범이 디자인한 영상을 상영할 예정이다.


/이상우 기자 jesus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