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가 여인네들 '애환의 몸짓' … 멋스럽고 흥겹도다
▲ 인천시립무용단의 나나니춤 공연 모습. /사진제공=인천시립무용단


'나나니 타령'서 비롯·구전 … 용유·영종·백령도 등 어촌 부녀자 '만선·무사귀환' 기원춤
이선주 전 예총지회장 발굴·연구 … 한때 천박한 춤 질타 지금은 시립무용단 등 공연 왕성


옛 선조들에게 춤은 생활의 일부로 삶의 희로애락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통로였다. 인천의 어촌 부녀자들이 주로 불렀던 '나나니 타령(인천 지방 무형 문화재 제3호)'에서 비롯된 '나나니춤'은 크고 작은 섬이 많았던 인천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향토춤으로 여성들이 주로 모이는 잔칫집과 일터에서 볼 수 있었다.

해학적이고 반복적인 춤사위는 하나의 몸짓언어로 고기잡이배가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으며 육지에서 겪는 갈등을 풀어내는 행위였다. 해학적이고 흥겨운 동작의 나나니춤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어 점차 대중화되고 있으며 한시간짜리 공연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의 웅장한 스케일로 인천시립무용단 공연과 무의도 춤축제 등 다양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인천의 전통춤을 감상해 보자.

갯가 여인네들이 풀어내는 삶의 애환

향토춤은 지역의 역사, 환경, 풍속, 문화, 음악 등의 영향을 받아 자연적으로 생겨난다. 주로 일상생활에서 추는 춤으로 놀이적이고 오락적인 성격이 강하며 누구한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해방감을 느끼기 위해 춘다.

인천의 갯가 여인네들은 놀이노래로 전승된 나나니 타령의 춤인 '나나니춤'을 즐겨 췄다. 나나니 타령은 인천의 도서지역인 용유도, 작약도, 영종도, 덕적도, 백령도, 연평도 등에 널리 분포됐고 어촌의 부녀자들 사이에서 정확한 이름 없이 구전되던 노래다. 노랫말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셀 수 없이 많았고 직설적인 표현이 강했다.

나나니춤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멋과 흥을 살려내는 것이 특징으로 고기잡이를 떠난 남정네들의 무사 귀향과 만선이 돼 돌아오기를 바라는 기원을 담았으며 육지에 남아 생업을 홀로 책임지던 아낙네들이 겪는 고부갈등, 시누이와의 갈등, 이웃 여자와의 불화 등으로 맺힌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췄다. 삶의 애환을 노래와 동작 하나하나에 얹어 풀어버리고 다시는 거론하지 않는 지혜로움과 현명함을 엿볼 수 있는 춤이다.

소리에 취하여 추는 1인춤, 흥겨운 짓으로 추는 2인 대칭춤, 짓궂은 장난이 섞인 3~5인춤, 단체춤 등이 있다. 머뭄세, 굽힘세, 디딤세, 엇디딤세, 돋음세, 까치체, 학체, 맴체 등 총 8가지의 팔사위와 18가지의 발사위로 구성됐고 만선 풍어의 기쁨과 생산의 근원이 되는 여성의 소중함을 표현한 '파송춤'과 솟아오르는 물살의 형상을 나타내는 '꺼끔'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닌 춤사위가 있다.

'나나니춤', 세상에 알려지다

 

▲ 중구문화원의 나나니춤 수업 모습. /사진제공=중구문화원


나나니춤이 발굴,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이선주 전 인천예총 지회장에 의해서였다. 이 회장은 1958년 가족들과 함께 떠난 영종도 나들이에서 나나니 소리와 춤을 처음 접했다. 그후 녹음기를 지니고 영종도를 찾아가는 일이 잦아졌다.

군음(갯벌에서 조개를 캘 때나 바윗돌 등에 붙어 있는 굴을 쪼면서 불렀던 노래)과 나나니를 모두 터득하는데 총 8년의 시간이 걸렸고 나나니춤 외에도 성주풀이춤과 칠성제성춤 등 인천 향토춤의 유래를 찾기 위해 굿받이로 불리는 옛 무당들을 찾아다녔다.

'인천향토춤사위연구회'를 만들어 향토춤을 대중화하기 위한 노력을 펼쳤고 2000년도에는 김영숙 전 인천시립무용단 예술감독과 무용가들을 위한 책 <한국의 춤, 인천지역편 1집 나나니춤>을 펴냈다.

이후 나나니춤을 무대에 올리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으나 천박한 춤이라는 질타를 받아 오랜 좌절을 겪었다.

1984년 일본의 국제무대에서 호평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전국민속경연대회에 출전했고 1986년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 성화봉송축제를 통해 무용 학계에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회장은 한국무용협회 지회장으로 14년간 인천무용계를 이끌며 전통민속예술이 무대무용으로 재창조 될 수 있도록 굿에 쓰이는 춤과 나나니춤을 무용제에 자주 소개했고 국립국악원 단원들이 인천까지 내려와 나나니춤을 배우기도 했으며 인천시립무용단은 발굴된 춤들을 재현해 하노이와 미국 호놀룰루 등 해외 공연에서 선보였다.

인천 중구문화원은 2년 전부터 어르신문화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나나니 춤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국 문화원 축제에서 수업을 통해 배운 나나니춤 공연을 펼쳤다. 스트레스 해소와 정서 안정에 도움이 돼 점점 참여하는 수강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강사로 나선 손삼화 단장은 "인천의 향토춤은 타 지역의 향토춤들보다 웅장하고 스케일이 큰 편"이라며 "다른 지역들에는 강강술래, 진도북춤 등 외에 향토춤이 많이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나니 춤을 포함한 인천의 향토춤들이 어렵게 발굴된 만큼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다"며 "중국은 전통춤이 유래에 없어 발레를 도입해 새로운 춤을 만드는 상황인데 인천에 지역적으로 역사성이 짙은 춤이 있다는 것은 큰 문화적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