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문화부국장
▲ 김진국 문화부국장

'문화도시'란 어떤 도시를 말하는 걸까.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처럼 세계적 콘서트홀을 가진 도시를 말하는 걸까. 아니면 '프린지 페스티벌'로 잘 알려진 에든버러처럼 축제 하나로 세계를 들썩이게 만드는 도시를 얘기하는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프랑스 파리처럼 예술이 활성화된 도시를 가리키는 것일까.

너도 나도 '문화도시' 혹은 '문화'를 얘기하지만, 사실 우린 '문화도시'란 개념을 알기 어렵다. 인천시가 '문화도시'를 만들겠다며 제시한 '인천문화도시 종합발전계획'의 내용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시가 지난 주 발표한 착수용역 보고서는 78쪽에 이른다. 책을 들춰보자.

'문화도시 패러다임의 확산, 지역문화정책의 법제적 기반 마련, 인천의 가치와 연계한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비전-목표 설정'…

여러 전문가들이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뭘 얘기하려는 것인지 선명하게 잡히지가 않는다. 자칫 '공자님 말씀'으로 오해될 소지마저 있다. 그렇다고 '문화도시'의 정의를 내리자는 건 아니다. 추상적이고 공허한 미사여구로는 문화도시의 정체를 알 수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다.

착수보고회에선 많은 얘기가 나왔다. 한 참가자는 미래 인천도시계획과의 중복성을 지적했다. 2025, 2050 등 미래도시계획에 관한 보고서가 '문화도시 인천'과 관련한 '좋은' 내용을 유사하게 담고 있지만 캐비닛에 잠 자고 있다며, 이번 보고서 역시 중언부언이 아니겠는가란 문제를 제기했다.

다른 참가자는 연구자의 중복성 문제를 제기했다. 기존에 인천문화에 대한 연구결과를 내놓는 연구자들이 공동연구원으로 참여, 세부내용을 집필하도록 짜여졌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이중급여'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조계자(계양2) 의원은 시 산하기관 2곳의 관계자가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했다며 "민간이 진행하는 용역에 출연기관 관계자가 참여해 '이중급여'를 받는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굳이 혈세 2억4250만 원을 들여 서울에 있는 민간 기관에 용역을 줄 필요가 있는 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조 의원의 지적은 시 산하 관계자들이 참여할 경우 '이중급여'는 물론, '그 밥에 그 나물'이란 '중복연구'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또다른 참가자는 인천시민과 인천이란 도시의 정체성을 충분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책상에서 '짜깁기'한 보고서가 아닌 발로 뛰는 보고서를 보고 싶다는 주문도 나왔다. 시간이 짧다고 느껴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드러냈다. 참가자들은 도대체 '문화도시'란 어떤 도시를 말하는 건지, 작은 사례라도 보여줬으면 하는 표정이었다.

외국의 사례는 차치하더라도, '문화특별시'를 표방한 뒤 성공적으로 문화도시를 수행 중인 부천시나, 헤이리마을과 출판단지 등으로 문화도시를 개척해 가는 파주, 홍대 앞 등이 문화도시의 사례가 되지 않을까. 이 같은 도시들은 어떻게 문화도시 전략을 세우고 이미지를 구축해 왔는지 '사례연구'(case study)를 통해 보여준다면 '문화도시'에 대한 이해가 빠를 것이었다.

물론 이번 보고서는 결과보고서가 아니다. '이런 방향으로 용역을 해 나가겠다'고 밝히는 착수보고서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의 걱정은 유정복 시장이 자신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성과도, 실현가능성도 희박한 무리수를 두는 건 아닌가 하는 점이다.

공약을 실천한다는 취지는 환영하지만 '실천을 위한 실천'은 별 의미가 없다. 신뢰는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지만, 실익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실익이 없을 경우 또 다른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공약이라도 꼼꼼한 검토 끝에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고 정말 인천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선택이라면 정성스럽고 치밀하게 해야 한다.

문화도시 종합발전계획은 내년 3월쯤 최종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추후 진행할 용역 내용이나 결과는 보다 알차고 구체적일 것이라 기대한다. /김진국 문화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