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마을공동체 탐방] 효성1004마을축제위원회
▲ 효성1004마을축제위원회는 마음담장 벽화 그리기, 1004m 김밥만들기, 노래자랑대회, 장애인과 함께 걷기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1998년 주민체육대회 첫 걸음
정기적인 마을 행사·나눔활동
1004m 김밥 기네스 기록세워
벽화그리기·노래자랑대회 등


지난 1990년대 말. 한국은 역대 최악이라 불리는 경제 침체기 속에 갇혔다.

두 집 건너 한집 부모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국내 굵직 굵직한 대기업들은 줄줄이 문을 닫아야 했다. IMF 여파는 지역과 마을 곳곳으로 흘러 들었다.

수십 년간 자리를 지키며 동네 사랑방의 역할을 해왔던 세탁소와 동네 가게들도 연달아 장사를 접었고, 콩 한쪽이라도 나눠먹던 정 많던 이웃들은 점점 인색해져갔다.

"이럴 때일수록 주민들이 함께 화합할 수 있는 장을 만들면 어떨까요?"

마음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그는 안타까운 모습에 주민들이 모였다.

마음의 문을 열고 동네를 하나로 묶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인천 계양구 효성동의 마을공동체 '효성1004마을축제위원회'다.

효성마을축제는 지난 1998년 스스럼없이 주민들과 함께 뛰어노는 지역 주민 체육대회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계주를 정해 이어달리기를 하고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하는 재미난 놀이들을 즐기며 멀어졌던 이 웃간의 거리를 좁혀나갔다.

이후에는 정기적인 마을 축제 개최를 위해 먼저 지역 주민들과 가까워지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활동들을 펼쳤다.

삭막하게만 느껴졌던 높은 담장에는 형형색색 물감으로 예쁜 그림을 채워나갔다.


어둡던 담장에는 아이들의 고사리 손으로 하나하나 수놓은 향기로운 꽃들과 나비들이 찾아들었고 담장 밑에서는 주민들이 이야기꽃을 피웠다.

지역의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방법들도 모색했다.

장애인과의 '마음속 담'을 허물자는 뜻에서 함께 마을 곳곳을 돌아보는 걷기대회를 개최했고, 지역의 어려운 학생들과 후원자를 연결해주는 '사랑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진정한 의미의 이웃 사랑을 실천했다.

"어머, 이렇게 기다란 김밥은 생전 처음 봤어요!"

이웃과 함께 세계 기네스 기록을 세우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어마어마한 양의 밥과 김, 알록달록 예쁜 색을 자랑하는 재료들을 한데 모아 1000m가 넘는 길이의 김밥 만들기에 도전했다.


어렵지 않겠냐는 염려 속에 시작한 김밥 만들기는 주민들의 협동심과 해내겠다는 의지들이 모여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찌르는 1004m의 맛있는 김밥으로 탄생했다.

좁은 공간을 내달리는 위험한 차 대신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자전거를 이용하자는 문화 확산에도 앞장섰다.

동네에 마구잡이로 방치되어있던 자전거를 정비하고 곳곳에 자전거 거치대를 마련했다.

또 주민 모두가 안전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자전거 도로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마을축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다 참여해 마음껏 축제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알차게 구성됐다.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어깨춤이 절로 나는 사물놀이, 고전무용 등의 공연을 준비하고 푸짐한 상품이 걸려있는 노래자랑대회도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책의 수도 인천을 기념해 책을 중심으로 하는 축제가 열렸다.

주민들의 호응이 컸던 책의 저자를 초청해 주민들과 대화하는 북콘서트를 열었고, 주민들이 산책로를 걸으며 좌판에 설치된 책을 사고팔 수 있는 장터를 운영했다.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 등 연령층을 나눠 추천도서를 읽고 느낀 점을 글이 아닌 그림으로 표현하는 '독후감상화' 경연 대회를 열어 마을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단절된 이웃 간의 소통을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왔어요.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는 마을을 위해 이웃들의 손을 놓치지 않을 겁니다."

함께 살아가는 마을, 함께 숨 쉬는 마을을 만들기 위한 힘찬 발걸음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