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는 무조건 싫다는 분들을 만났다. 경상도 분이다. “지역감정을 일으킨 사람이 누구입니까? 자기가 대통령이 되려고 지역정서를 이용한 것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됐고 은혜를 갚기 위해 지역 편중인사를 한 겁니다. 경상도 공직자는 줄고 호남인사는 많이 늘었지만 아직도 영남인사가 많다고 발표했지요. 기업체마다 호남인사들이 주름잡고 있어요. 국민들의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정부정책이 잘한 점이 있더라도 좋은 소리 안나옵니다. DJ는 무조건 싫어요….”

 어느 평안도 분도 DJ는 무조건 싫다고 했다. “빨갱이하고 손을 잡다니 말이 됩니까? 평화통일 내세울 때부터 알아보았습니다. 노벨상 타기 위해 마구 퍼다 준겁니다. 그 식량 배급이 우리 동포들에게 돌아갑니까? 총 부리를 우리에게 겨누고 있는 인민군 먹여 살린거죠. 얼마나 못된 짓 많이 한 빨갱이인데 퍼다 주고 달랜다고요. 안됩니다. 그런 DJ는 무조건 싫습니다.”

 중견기업의 임원도 DJ는 무조건 싫다고 했다. “DJ 취임후 나라가 너무 시끄럽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을 거꾸로 흐르게 하자니 혼란스러운 것입니다. 진보파라 일컫는 노조원들이 들어서면 그 기업은 망하는 것입니다. 기업이 잘 되어야 복지정책도 노조운동도 활기를 찾을 것입니다. 기업하는 이들이 의욕을 잃고 문을 닫는 형편입니다. 일부 시민 단체들도 권위주의 타파라는 명분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있습니다. 법을 파괴하는 민주화가 있을 수 있습니까? 소외 계층의 구제와 복지정책도 자본주의 발전과 시장경제의 성장으로 구현하여야 하는데 말입니다.”

 여러 분야 인사들이 DJ에 거부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정확한 통계와 분석은 아니지만 대통령 선거에서 DJ에 반대한 숫자가 많았다는 것과 연관시켜 보면 DJ에 등을 돌린 수는 엄청나다고 봐야 한다. 이에 대한 대책은 절실하다.

 우선 지역감정의 문제다. 조정자는 중부권 주민이 욕을 당하고 매를 맞아 가면서라도 화해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영남정권은 30년이상 지속되었다. 그 기간은 경상도 세상이었다. 호남인들의 한은 뼈에 사무쳐있었다. 한풀이라면 지나친 표현이겠지만 사람대접 받는 세상을 3년간 살아본 것이다. 너무 탓하지 말고 이해하는 마음을 가져 달라고 달래 보는 역할이 중부권 주민들에게 주어진 것이다. 호남인들은 영남인들을 꼭 안아주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우리는 50년간 푸대접인데 하는 소리보다 중부권 주민의 자존심으로 동과 서를 포용하는 역할로 온 국민을 화합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다음으로 대북정책이다. DJ가 노벨상을 받은 것을 햇볕정책과 연결시킬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죽을 고비를 넘기는 민주와 인권과 자유를 위한 투쟁의 값진 선물이 노벨상이고 그에게 수여된 것은 모두가 축하할 일이다. 포용정책이 전쟁을 방지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점에 우리는 뜻을 같이 해야 한다. DJ를 친공으로 규탄하며 반공의 기치를 든 이들을 영웅시하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현 시점에서 DJ도 햇볕정책에 모든 정치 경제 문화를 종속시키는 방향에서 탈피하여 일반정책으로 전환하는 슬기로운 방법을 택하기를 바란다.

 끝으로 DJ의 정책방향이 `민중위주의 정치"라는 오해를 떨쳐 버리고 `시민계층"을 주류로 자리잡는 정치라는 이해가 증진되도록 해야 한다. 시민 계층은 폭이 넓다. 국민의 60~70%가 이에 해당된다 할 것이다. 소수의 재벌그룹에 집착하다 경제를 망칠 수도 있다. 소수의 민중그룹에 집착하다가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 건전한 시민사회가 이루어져야 참다운 복지정책도 이루어낼 수 있다. 시민계층에 잣대를 맞추면 보수도 진보도 지나친 비판은 못할 것이다.

 우리는 DJ의 정책을 큰 틀로 받아들이는 아량과 그에 대한 비판을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지혜로 DJ를 밀어주면서 민주투사의 영예를 민주주의 지도자로 평가하는 가운데 빛나는 민주정치를 구현하였으면 한다.

이달순 - 본보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