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궁중에 상소를 올렸다가/저녁에 8천리 조양땅에 좌천되노라/성군을 위해 잘못 없애려 했을뿐/어찌 늙은 몸 남은 목숨 아까우랴/구름이 진령에 걸렸으니 집은 어드메인고/흰눈은 남관을 덮고 말이 나아가지 못하네/네가 먼곳까지 찾아온 뜻있음을 알겠노라/내죽거든 뼈거두어 장강변에 묻어다오.”

 당의 시인 한유가 좌천길의 심정을 담아 집안 손주에게 지어준 시이다. 부처님의 사리를 궁중에 봉안하려 하자 우상숭배라고 반대하여 `논불골표(論佛骨表)"라는 상소를 올려 헌종을 격노케 한 뒤끝이었다. 처형의 위기에 있는 것을 재상이 그의 문재를 아껴 간언해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조주자사로 좌천되어 가게 된 것이다.

 부임하여 백성들의 고충을 살필 때였다. 악어의 습격으로 인축에 피해가 있음을 알고 돼지와 양을 악어들에게 보내면서 `제악어문(祭鰐魚文)"을 지어 고했다. 며칠안에 모두 남쪽 바다로 옮겨가 살되 만일 말을 듣지 않으면 사수로 하여금 독화살을 쏘아 몰살시키겠다는 내용의 최후통첩이었다.

 악어란 본시 열대지방에 사는 만큼 열대가 아닌 조주에 어떻게 해서 살게 되었는지 그리고 한장의 제문을 듣고 과연 그곳을 떠나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능치 않다. 그러나 그 점을 따질 필요는 없다. 다만 한유가 악어문을 지은 것은 사실이며 글을 통해 악어를 물리침으로써 백성들의 어려움을 풀어주려고 했음이 가상하다.

 한유의 제악어문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고 한다. `자사가 비록 우둔하고 약하지만 어찌 악어에게 머리를 숙이고 굴복하겠는가"였다. 여기서 고사성어 `저수하심(低首下心)"이 유래한다. 머리를 숙여 자신을 낮춘다는 뜻인데 남을 향해 머리를 숙이고 조심하여 명령에 따르는 태도를 비유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겸손이나 복종은 모르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비굴하거나 과공비례가 될 수 있다.

 지금은 겸손을 모르는 세태이다. 어른이건 어린이건 저만 잘났지 머리를 숙일 줄 모른다. 한유의 저수하심을 한번쯤 음미해 볼 만한 때이다. `겸손은 모든 덕의 근본". 영국의 속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