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서구 관내에는 약 3천개의 대기배출업체가 밀집돼 있으며 바로 그곳이 진원지로 여겨지는 악취로 인해 1년내내 인근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당국이 대책을 세우는 일을 게을리하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오래전부터 똑같은 문제가 부단히 제기돼 왔는데도 달라진 것이 없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우리의 환경행정이 악취에 대해 무방비 상태라는 데 있다. 악취를 측정할 장비가 없는데다가 사람의 코에만 의존하는 관능 검사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실제로 현재 악취를 측정하려면 건장한 성인 5명이 현장에 나가 악취가 어느 정도인지를 후각으로 재고 있다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인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각 업체에서 배출되는 악취가 당장 인체와 주변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배출될 악취의 정도가 심하고 계속될 경우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게 분명하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악취에 견디다 못해 두통을 호소하면서 집단조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사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악취를 대수롭지 않는 일로 여겼다가는 예기치 못한 재앙을 부추길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음을 일깨워준 대목이라 하겠다.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의 말을 빌자면 “악취를 측정해 분석할 만한 기계는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프랑스제 `인공지능 코"라는 기기를 시험운영했던 인천보건환경연구원은 6개월간의 시험 운영 결과 특정한 지역의 특정한 냄새에 대해서만 측정이 가능해 이의 도입을 보류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날씨가 더워짐에 따라 창문을 열어놓고 지낼 것인데 변변한 대비책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업체들이 영세한데다가 요즘 경기가 나쁘다는 핑계로 악취를 마구 배출할 것이고 결국은 인체와 주변 환경을 크게 손상시킬 것이지만 환경당국과 지자체가 이런 문제를 인식이나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인천환경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당국의 책임이 크지만 공해를 무단 배출하는 각 업체에도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주민들과 주변환경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긴급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