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또가 부임해 오는 족족 원인 모를 죽음을 했다. 그 후임자리를 모두 꺼렸는데 조정에서 담력있고 힘센 사람을 골라 보냈다.

신임사또는 그날밤 동헌 곳곳에 불을 밝히도록 이르고 단단히 별렀는데 별안간 재상의 조복을 입은 사람이 부사 앞에 나타났다. 귀신이었다. 깜짝 놀란 사또가 정신을 가다듬고 그 앞에 부복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을 소개하고 소원이 있어 사또를 찾거늘 모두 놀라 죽고 말았는데 이렇게 맞아주니 원을 풀게 되어 고맙다고 했다. 사연을 들어보니 자신의 무덤 주위에 회나무가 많았으며 그래서 종종 밤에 그곳에서 놀았는데 못난 자손들이 나무를 베어 파느라 모두 없어지게 되었으니 그것을 막아달라는 것이었다.

 재상 귀신은 세종 임금때 대제학과 영의정을 지낸 하연이요 시흥시 소래산의 그의 묘소에 얽힌 전설이다. 사실을 확인할 길 없거니와 정승의 자손이 조상의 무덤을 훼손했을리도 없겠다. 다만 지방마다 영남루의 원혼 아랑 처럼 비슷한 전설이 있어 우정 꾸며낸 이야기이리라 여겨진다.

 우리 옛이야기에는 사람이 죽으면 혼령이 형상으로 나타난다는 내용이 많다. 특히 억울하게 죽은 사람의 원혼은 하늘에 오르지 못하고 허공을 떠돌아 다니며 가족을 괴롭힌다고 믿는다. 이런 속신은 우리나라만 아니라 세계 여러나라에도 있다. 최근 출간된 베트남의 신화와 옛이야기에도 귀신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귀신이냐 유령이냐의 구별은 아마도 동양에서는 귀신 서양에서는 유령일듯 하다.

 19세기 필라델피아에서 있었던 일이다. 초인종 소리에 잠이 깬 의사가 현관에 나가니 허름하게 입은 소녀가 떨면서 중태의 어머니를 구해달라는 것이었다. 한 낡은 가옥에 이르자 노파가 누워있었다. 최선의 치료를 한 결과 노파는 소생했는데 소녀는 한달전에 죽은 딸이었다고 한다. 유령이었던 것이다.

 어제 개항한 인천공항에 귀신이 출몰한다는 소문과 함께 공항공사가 공사중 숨진 종사자들의 위령탑을 세우기로 했단다. 희생자가 있었다면 위령탑은 당연한 것-귀신이 나타날만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