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인 교수, 역사·작가·기원 다면적 탐색 … 3부로 구성
▲ <문학적 근대의 자의식>
김명인
소명출판
379쪽,2만6000원

<문학적 근대의 자의식>(소명출판,379쪽)은 문학평론가가 아닌 한국문학 연구자로서 저자가 쓴 글들을 살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식민지 시대의 문학 현상으로, 식민지 역사 경험이 그 시대의 사람들의 의식, 무의식, 일상성에 끼친 다양한 영향이 어떻게 문학적으로 현상화하고 있는가란 문제의식으로 출발한다.

저자 김명인(인하대 교수)은 한국 근대문학을 '식민지 근대문학'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한국 근대문학이라고 하는 근대의 흔적들, 기억들을 다시 호명해 내는 큰 과제의 여러 국면들을 책에 담고 있다.

저자는 식민지에서 근대는 '폭력이자 유혹'이라는 완연히 양가적인 형태로 현현해 왔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양가성은 지금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고 그래서 완전히 그 양가성의 밖에서 이루어지는 엄밀한 메타적 작업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한국 근대문학을 연구하는 작업은 곧 식민지시대와 그 이후를 함께 역사화하는 작업임과 동시에 연구하는 주체에게도 공히 각인된 '거부이자 매혹'이라는 양가적인 심층의식의 무늬를 그려내는 정신분석학적 작업이기도 하다.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됐다.

1부는 '민족문학(론)'과 '민족문학사'의 역사와 운명을 다룬 글들의 모음이다. 우리에게는 민족문학도 민족문학사도 '식민지 민족문학'이며 '식민지 민족문학사'라는 저자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장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근대를 식민지 근대로 경험하지 않았다면 근대문학이 이처럼 특별히 민족문학으로 호명돼 전유되진 않았을 것이며, 그 특유의 위계화의 충동 역시 이처럼 강하게 지속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특수한 전유와 지속 역시 하나의 역사로 실재해 왔으며 한국 근대문학을 호명하고 전유하는 담론들은 곧 그 지울 수 없는 흔적인 셈이다.

2부는 작가·작품론을 만난다. 이인직, 염상섭, 박태원, 이상 등 식민지 근대의 한복판을 살며 글을 썼던 작가들의 의식과 문학적 실천 속에서, 앞서 말한 '식민지 근대(성)'이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를 다양한 경로와 관점을 통해 탐구한다.

'저주로서의 근대'라는 인식은 지난 1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우리의 삶에 뿌리내린 근대의 산물들을 일종의 헛것으로 간주하게 했다. 이것들을 거두어내고 우리 것을 다시 심어야 한다는 하나의 강박, 반근대적 낭만주의의 강박이 우리를 지배해온 것이다.

우리는 이를 거두고, 자본주의적 근대의 운동과 그 산물들에 대한 엄정한 이해와 인식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하여 2부의 글 중에서는 단순한 공간적 배경에서 그 자체가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하나의 역동적 공간으로 인식된 '도시'에 관련된 내용을 다루기도 한다.

3부엔 한국 근대문학의 기원과 경과에 대한 저자 나름의 다면적인 탐색의 결과들을 포함하고 있다. 1910년대에서 1920년대 초반에 이르는 식민지 조선에서의 근대적 문학개념의 형성과정을 추적해 흐름을 살피거나, 백철과 김기림의 <문학개론>을 검토해 근대 문인들의 주체적 물음을 오늘날의 물음과 연결하기도 한다.

아울러 프로이트의 가족로망스 개념에 기대어 한국 근대소설의 흐름을 개관하며, 2000년대에 들어서 활발하게 논의된 '친일문학' 논의들을 전반적으로 개관한다.

저자는 민족문학의 역사와 작가론, 근대문학의 기원과 경과를 통해 보다 엄밀한 성찰을 진행한다. 충분한 성찰이 선행되지 않는 한, 문학적 근대성 혹은 근대문학을 해체하고 재축조하는 작업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대문학의 일면들을 살피며, 그 속에서 탈근대를 위한 해체와 재축조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들의 '자의식'을 통해 근대성의 정체를 묻는 작업은 이후 한국 근대문학 연구에도 유의미할 것으로 보인다. 2만6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