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3500매 추가 군함도 '완결판'
인물 배경·원폭 투하 상세히 묘사
역경속 꿈꿨던 '아픈 희망' 복원해

새 소설집 <군함도 1, 2>(창비)는 한수산이 완성한 장엄한 증언과 기록의 서사집이다. 일제강점기 하시마(瑞島) 강제징용과 나가사키(長崎) 피폭의 문제를 다룬 장편 소설이다.

한수산은 이 책을 쓰기 위해 27년에 걸친 자료조사와 집필, 개작을 감행하며 군함도 과거사의 진실을 추적한다.

한수산은 1988년 일본에 체류하던 중 도쿄(東京)의 한 서점에서 오까 마사하루 목사가 쓴 <원폭과 조선인>이란 책을 접한다. 이 때 그는 하시마(端島) 탄광의 조선인 강제징용과 나카사키 피폭에 대한 작품을 쓰기로 결심한다.

작가는 이후 소설의 무대가 되는 군함도와 나카사키에만 10여 차례 방문하고 일본 전역을 비롯해 원폭 실험장소인 미국 캘리포니아 네바다주까지 누비면서 수많은 관련자들을 인터뷰하는 등 치밀한 현장취재를 거쳤다.

이렇게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2003년 대하소설 <까마귀>를 펴낸다. 작가는 다시 작품을 보완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일본어판 <군함도(軍艦島)>(作品社 2009)를 출간할 무렵, 한일 동시 출간으로 기획했던 전폭 수정작업을 올해 초 완료한다.

이번에 출간한 <군함도>는 전작을 대폭 수정하고 원고를 새로 추가해 3500매 분량으로 완성된 결정판이다. 등장인물들의 출신과 배경 등이 새롭게 설정됐고 원폭 투하의 배경과 실상을 전면 개고해 최대한 사실에 가까운 묘사를 추구했다.

등장인물들의 고난은 자아의 지평을 넓혀가는 과정으로 서사적 흐름이 자리잡으며 소설적 구성미와 완성도를 높이는 한편,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재미와 가독성을 끌어올렸다.

또 눈물로 기다리는 조선여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남편을 찾아나서고 탄광사무소의 부당한 처우에 맞서는 서형, 불의에 맞선 죽음으로 자신의 사랑을 지켜내는 금화 등을 통해 주체적인 여성상을 창조하고 있다.

한수산은 비극적인 역사적 사실을 전하고 알려내는 것뿐만 아니라 당시 고난을 겪은 조선인 한사람 한사람의 숨결을 되살리기 위해 큰 공력을 들이고 있다. 지옥의 섬 군함도에서 다만 '사람'이고 싶었던 징용공들의 일상과 인간적인 면모, 역경 속에서도 그들이 꿈꾼 안타까운 사랑과 희망을 가슴 아프면서도 핍진하게 복원한 것이다.

작가는 경상 전라 충청도의 생생한 사투리 구사에 힘을 기울여 인물에 생동감과 실감을 더하면서 힘든 환경 속에서 구수하고 걸쭉한 농담으로 고됨을 잊는 조선 징용공과 농부들의 활기를 전한다.

각 지방의 아리랑과 의병가를 적절히 활용해 작업현장에서의 고달픔과 서러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넘어서는 조선인의 힘을 부각한다. 불굴의 저항과 처절한 탈출의 숨 막히는 서사를 만날 수 있다.

작가 한수산은 책에서 오늘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쟁점을 제기하며 독자들에게 과거사를 넘어 우리의 미래를 질문한다. 30년 가까운 세월동안 조선인 강제징용과 나가사끼 원폭문제를 파헤치고 골몰해온 작가는 "고향으로 돌아온 한국인 피폭자들이 살아야 했던 비참한 실상과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대두하고 있는 피폭 2세, 3세의 문제까지" 수많은 문제들을 제기하며 독자들에게 간곡한 바람을 전한다.

"젊은 독자들이 '과거의 진실'에 눈뜨고 그것을 기억하면서 '내일의 삶과 역사'를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디뎌주신다면, 그래서 이 소설을 읽은 후에 이전의 삶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각성과 성찰을 시작하신다면, 이 작품으로서는 더할 수 없는 영광이 될 것입니다."(작가의 말 중) 각 권 1만4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