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역사책 無 … 아쉬움에 발로 뛰어 연구
시대별 흐름따라 집필·앨범 컬렉션 수록
▲ <한국재즈 100년사>
박성건
이리
408쪽, 1만8000원

지금은 DVD나 인터넷 음원이 대세이지만 수십년 전만 해도 음악을 듣는 데는 LP판이 최고였다. 정식으로 계약을 맺어 발매한 라이센스음반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빽판'(복제음반)으로 음악적 허기를 달래기도 했다.

그런데 복고열풍이 불면서 LP판을 찾는 사람들이 다시 늘고 있다. 인천 신포동을 비롯해 많은 음악카페에서 LP판을 틀어주고 있기도 하다. 먼지에 쌓이고 흠이 간 LP판은 "지지직"소리를 내며 아날로그적 감성을 일깨운다.

새책 <한국재즈 100년사>(이리·408쪽)는 LP판으로 듣는 것 같은 음악의 역사를 써내려간 책이다. 특히 재즈 분야에서 말이다.

복고 열풍이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문화 전반계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이나 소재, 재개봉하는 영화, 초판본 디자인의 도서 등 복고 열풍은 마치 광풍처럼 21세기 한국사회를 휩쓸고 있다.

그 분위기에 더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일깨우는 또 다른 것이 바로 음악이다. 특히 LP판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턴테이블만의 음색을 다시 느끼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유행이 급변하고 빠르게 발전해가는 현대 생활에서 옛것의 향수를 그리워하고 내면의 공허함을 채우려는 움직임일 것이다.

우리나라 광복 이후 미8군이 주둔하던 시기까지 대중가요의 대부분은 재즈였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재즈는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장르이다. 중장년층의 추억을 넘어 젊은 세대에게도 새로운 문화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1926년 홍난파가 조직한 '코리안재즈밴드'부터 현재 가수 나윤선이 외국에서 활약하기까지 수많은 한국 재즈계의 사연은 그대로 구전돼 내려왔다. <한국재즈 100년사>의 저자 박성건은 이런 한국 재즈의 역사를 정리한 책이 없어 아쉬움이 컸다고 말한다.

참고할 만한 책이 없어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그렇게 2012년부터 두 발로 직접 뛰어다니며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를 하며 본격적으로 한국 재즈를 연구해 2013년부터는 월간 <재즈피플>에 한국 재즈에 관한 연재를 시작했다.

그 후 과거 60~70년대 많은 자료들을 보강하고, 한국 재즈의 대표적인 60여 장의 앨범 컬렉션을 수록해 2016년 새롭게 단행본으로 출간한 책이 <한국재즈 100년사>다.

지금껏 한국 재즈 역사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찾기 어려웠다. 이 책은 몇 년에 걸쳐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물로 광복 이전부터 현재를 아우르는 한국 재즈의 역사를 총망라하고 있다. 홍난파의 후손에서 시작해 손목인, 김해송을 거쳐, 길옥윤, 이봉조로 잇는 한국 재즈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한국 재즈 100년사>는 새롭게 밝혀진 대중음악사는 물론, 재즈사적으로 지니고 있는 의미를 풀어냈다. 시대별 한국 재즈의 흐름을 파악하며 당시 대표적인 음악가들과 그들에 얽힌 일화는 물론이고 악기별 계보사, 재즈 관련 서적, 재즈페스티벌 약사까지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마지막장의 앨범 컬렉션에선 시기별로 대표 음악인들의 앨범을 소개해 듣고 싶은 한국 재즈 음반을 골라보는 재미도 있다. 1만8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