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오동진, 영화가 가야 할 길은 '더 나은 사회 제시하는 것' 강변
▲ <작은 영화가 좋다>
오동진
썰물과 밀물
416쪽, 1만6000원

영화배우들 만큼이나 영화감독 역시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다.

영화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자신의 철학을 심으며 자신만의 색깔을 강조한다. 세상에 나오는 영화가 하나같이 다른 이유이다. 예술이라는 것이 주관적이기 때문에 이를 비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평론가는 영화에 대한 지식은 물론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등 사회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그 영화에 대한 분석에 들어간다. 평론가라면 사회를 보는 눈과 자신만의 합리화, 대중을 설득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사회에 대한 통찰 없이 평론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넌센스라 할 수 있다.

새책 <작은 영화가 좋다>(썰물과 밀물·416쪽)는 오동진 평론가가 나름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비평한 글이다. 그는 책에서 비평이란 것도 결국은 더 나은 세상으로 가기 위한 것이란 사실을 강조하듯 권력, 자본, 인간의 존엄성 등 사회적 폭력에 대한 자신의 주관을 늘어놓는다. 문학이면 문학, 미술이면 미술, 음악이면 음악 등 온갖 지식을 동원한 글쓰기는 세상에 대한 통찰처럼 보인다.

이 책은 영화 내·외부는 물론이고 영화에 담긴 정신마저 발라내 하나의 추출물을 뽑아내서는 그것을 쉽고 간단하게 풀어낸다.

지은이가 강조하는 것은 언론과 권력의 폭력, 자본의 폭력, 인간의 본능, 인간에 대한 예의, 그리고 사랑이다.

먼저 언론과 권력의 폭력을 다룬 부분에서는 전설적 방송인 에드워드 머로가 조지프 매카시의 극우 파시즘 사상을 비판한 영화 <굿 나잇 앤 굿 럭>으로 시작하고 있다. 이미 10년 전에 나온 이 영화를 작금의 시대 상황에 빗대 언론과 교육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를 고찰한다.

<트라이브>에서는 농아학교의 폭력성을 일갈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무정부적 공황 상태가 하루빨리 개선되기를 촉구하고 있다. <더 파크랜드>는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을 다룬 영화로, 역사의 비극이 이제 멈추기를 기원한다.

<시티즌포>는 세계적으로 떠들썩했던 에드워드 스노든 이야기로, 국가권력이 비대해지면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침해당하고, 민주주의가 파괴된다며 언론의 역할을 주문한다. 이를 비롯해 많은 평론에서 자신만의 관점으로 영화를 풀어낸다.

책은 영화 예술이 가야 할 길이 분명한 역사 인식과 현실 파악을 바탕으로 더 나은 사회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변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게는 게 예술이기도 하나, 예술이 그 시대적 가치를 담아냈을 때 더 빛을 발하고, 그만큼 사회도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는 비참한 역사를 되풀이하며 한 치 앞도 모르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슬람국가와 알 카에다의 테러,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크림반도를 사이에 둔 소련과 우크라이나의 대치 같은 직접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퇴폐적 자본주의, 종교 탄압 같은 간접적 폭력 또한 일파만파로 번져나가 인간을 점점 소외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지은이는 '우리가 역사 속에서 배우는 것은 역사 속에서 배우지 못한 어리석은 역사를 배우는 존재다'라며 역설한다. 정치나 경제의 담론으로는 세상을 구하지 못하는 게 증명됐으니 문화와 예술을 결을 갖춘, 고결하고 존엄한 사랑으로 세상을 구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영화를 통해 현재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어떤 가치로 살아야 하며, 어떤 자본, 어떤 폭력, 어떤 제도에 놓여 있는가를 하나하나 증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1만6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