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일까지 … 작가·플로리스트 등 6명 참여
▲ 지희킴作


'꽃(Flower)'은 오랜 기간 예술가들을 매료시킨 주제였다. 일반적으로 미(美)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꽃'은 미술사 속에서 순결, 정절과 같은 신앙의 표상이었다.

16, 17세기 정물화에서는 바니타스(Vanitas, 덧없음)를 상징하는 등 단순한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예술가의 예술관과 세계관을 담는 존재이기도 했다.

신세계갤러리가 봄을 맞아 '꽃'을 소재로 한 '플라워 블라썸(Flower Blossom)'전을 오는 5월2일까지 갖는다.

이번 전시는 현대로 오면서 더욱 다양한 얼굴을 갖게 된 현대미술 속 '꽃'을 소개하는 자리로 김지원, 신수진, 유영희, 장준석, 지희킴 작가와 플로리스트 오유경이 참여한다.

▲ 김지원作


회화의 본질을 탐색하며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김지원 작가는 '맨드라미' 연작을 선보인다. 화면을 가득 채운 붉은 색과 힘이 넘치는 붓터치는 일상에서 지나치듯 보아온 맨드라미라는 식물 속에 감추어져 있던 동물적 욕망을 이끌어낸 듯 역동적인 생명의 기운을 전한다.

신수진 작가는 판화기법을 통해 한지 위에 작은 꽃잎과 잎사귀 이미지가 무수히 반복되고 중첩돼 찍히는 작업을 보여준다.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의 조각들을 기억으로 엮어내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반복, 중첩과 분절의 경험을 드러낸다.

유영희 작가의 '플레이 위드 드로잉(Play with Drawing)' 시리즈에서 꽃은 안정적인 격자구조 안에서 다양한 선과 풍부한 색감으로 표현된다. 작가는 꽃이라는 소재를 통해 컬러와 드로잉이 보여주는 회화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장준석 작가의 '팬타질리스(Fantasiless)' 시리즈는 꽃을 '꽃'이라는 문자로 대체, 기존의 통념과 꽃에 대한 팬타지-꽃의 형상, 생명, 자연성-를 제거하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호화된 '꽃'은 오히려 우리의 팬타지를 자극한다.

▲ 신수진作

지희킴 작가는 영국유학 당시, 프로젝트를 위해 기부 받은 책들 속에서 누군가가 끼워 놓은 마른 꽃을 발견한다.

이 경험은 시각·후각적인 강렬한 이미지로 남고, 작가는 기부 받은 책 위에 꽃의 이미지를 콜라주 함으로써 다시 이 경험을 재현한다. 플로리스트 오유경은 수백 개의 다채로운 꽃송이들을 가득 모은 작업을 통해, 화려한 꽃이 만개하는 봄의 풍요로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봄꽃 향기 체험존'에선 관람객들이 라일락, 프리지아, 목련 등 향긋한 봄꽃 향기를 컬러링 종이에 담아갈 수 있다. 032-430-1158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