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야의 들꽃 이름들을 보면 재미있다. 한편 아름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굳이 그것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짐승들 이름을 빌어다 붙인 것들이 더욱 그러하다. 제비꽃도 그렇고 까치박달이니 하는 것도 그렇다. 그런가하면 노루귀가 있고 범의귀도 있다.

 어찌해서 그런 이름이 지어졌을까. 노루귀는 풀 전체에 긴 흰털이 많이 나고 특히 꽃받침 잎은 노루의 귀와 비슷하다고 하여 그렇게 부르게 되었으며 범의귀는 풀잎의 모양이 호랑이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그렇게 불렸다고 한다. 한문으로 호이초(虎耳草)라고도 하는데 어찌보면 잎이 범의 귀 같기도 하나 꽃으로는 범답지가 않아 노루귀의 꽃만 못하다.

 노루귀는 우리나라 산지의 습기 많은 숲속의 나무밑에 자라는 다년생풀이다. 이른 봄 미처 얼음이 녹지않은 차가운 날씨에도 꽃을 피운다. 일부러 얼음을 깨보아도 끄떡 않는 잔설과 얼음을 비집고 연약하나마 꽃을 피워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그래서 한문으로는 파설초(破雪草)이다. 3~4월에 꽃을 피우는데 풀잎이 나오기전 꽃대가 길게 나오고 그 끝에서 꽃을 피운다. 흰색이거나 연분홍꽃이다.

 무더운 한여름 꽃씨가 여물며 근래에 관상용으로 화단에 심기도 한다. 한편 약용으로도 쓰이는데 진통과 충독에 다른 약재와 함께 처방한다고 한다. 잎과 줄기 모두 종기와 부스럼에 잘 듣는다는 것이다. 더러 이른 봄 어린잎을 나물로 먹는다고도 하나 유독식물이라서 함부로 먹어서는 안되는 것으로 되어있다.

 국립수목원이 이달의 나무와 풀로 생강나무와 노루귀를 각각 선정했다고 한다. 비록 낯선 초목에 불과하지만 달마다 상징하는 나무 풀을 뽑아낸다는 점이 한결 여유로워 보인다. 우리는 근래 근본도 모를 서양꽃들을 가꾸나 우리의 산야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지천이다. 특히 우리 한반도에는 사계절이 확연하고 계절마다 많은 식물들이 자라고 꽃을 피워 마치 숲속의 요정들 처럼 아름다움을 뽐낸다. 오늘은 마침 춘분날이요 우리의 들꽃으로 화단을 꾸미는 것도 뜻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