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없이 주고받는 대화 가운데 “실패는 실패의 어머니”라는 조어가 있다. 익히 아시다시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를 패러디한 것이다.

 야구 경기가 중요한 고비에 이르렀을 무렵 유격수가 두번씩이나 에러를 저질렀다 치자. 이 경우 잘해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쫓긴 나머지 재삼 일을 그르칠 확률이 높다는 암시다.

그러나 실책 뒤 이를 악무는 분발과 주위에서 보내는 격려 여하에 따라서는 흐트러짐을 추슬러 기대 이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도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없지 않다.

 세삼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고사를 들출 것도 없이 살다보면 양지가 음지되고 음지가 양지되듯 돌고 도는 것이 인생이며 성공과 실패의 상관관계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나마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자위마저 경제불항으로 말미암아 간데없는 작금이라서 매사에 실의를 떨쳐 일어나는 심기일전의 자세가 그 어느때 보다 절실하다는 것이다.

 하기야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처세가 순탄대로를 걷는 것이 편타만은 실패한 적이 없다는 것은 아무 일도 손대지 않은 허약한 체질이나 다름이 아니다.

매사에 저울질하는 요령보다 실패에도 굽히지 않는 의지가 긴 안목으로 보아 앞서는 것이 인생의 불문율이다.

 이런 관점에서 경쟁사회에서 입지를 이어 굳히려면 비단 벤처기업만이 아닌 개인 또한 형편에 따라서는 위험부담(리스크)을 마다않는 자세가 미래지향적 임전태세라는 지적이다.

 방금 일본에선 `잃어버린 10년"으로 요약되는 90년대의 경제 침체를 거울 삼아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실패를 연구한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경제활로를 보다 자신있게 터 나가는데 있어서 실패를 통해 긍정적인 활용가치를 찾자는 것이다.

위험부담을 지나치게 의식한 끝에 모처럼 맞은 기회를 놓쳐버린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수없이 목격한 터이다. 그러므로 실패경험도 무형적 자산으로 거두는 인식이야말로 어떠한 악조건에도 내구성을 유지할 일종의 `실패의 예방 접종"이라 비유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오해 없기 바라는 것은 본의 아니게 `패자"의 처지에 놓인 퇴출기업이나 실업자 앞에서 `실패학"이라니 될성부른 소리냐고 힐난할지 모르나 소를 잃었을 망정 외양간은 고쳐야 하며 내일을 위해 사과나무를 심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결의가 이어져야 한다는 호소다.

 이에 일본에서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실패 증후군 처방을 거울삼아 IMF파동으로 `잃어버린 세월"을 재조명해야 하는 까닭이 이에 있다 하겠다.

 또 하나 짚고 넘어야 할 대목은 위험을 무릅쓴다 하여 일확천금을 꾀하는 투의 도박을 일삼거나 남의 돈으로 증권시장에 뛰어드는 따위의 무모한 투기심리를 조장하는 주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은 리스크를 겁내지 않는 도전의식과 이를 뒷받침할 용의주도한 계획을, 개인 또한 경제적 성공만이 가치관이나 평가의 대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폐 일언하고 이 모든 사실을 감안하고라도 성공을 가늠하는 마지막 열쇠는 오로지 `패자부활전"에 임하는 수용태세 여부에 달려있다. 모처럼 응집된 재기 의욕을 부추겨주는 유형 무형의 지원체계가 정부 주도 아래 하루바삐 정비돼야 한다는 것이 우선 과제인 즉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패자의 처지에서 부활을 희구하는 까닭이다.

 설사 최선을 다 해가다 시행착오가 나섰다 치더라도 굽힘 없는 전향적 사고로서 이어가는 것이 내일은 내일대로의 밝은 태양을 기대할 수 있는 지름길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생애를 통해 누가 최종적 승자가 될 것인가 아닌가는 눈물과 함께 씹어 본 빵맛을 아는 자만이 누릴 힘이기에 모처럼 `패자부활전"의 의의를 되씹어 보는 계기로 삼자 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