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8일 '세계자연유산 성산일출봉'전
최병관 작가 제자 … 2년간 촬영


사진가 최병관이 제자를 길러 전시회를 연다.

오는 23~28일 '가나인사아트센터'(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41의1) 2층에서 개최하는 '세계자연유산 성산일출봉'전은 최 사진가의 제자 변경희씨의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가 눈길을 끄는 것은 지금까지 대학강의도 마다하고 오직 현장에서 개인작업을 해온 최 사진가의 제자 사진전이란 점이다.

최 사진가는 "나는 가르치는 재주도 없고 내 일 하기도 바쁜 사람인데 변경희씨란 사람이 몇 차례씩이나 찾아와 꼭 사진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결국 손을 들었다"며 "이번 사진전은 변경희씨가 2년 동안 제주도를 오가며 촬영한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최 사진가와 변경희씨의 인연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 사진가는 소래아트홀 초청으로 '어머니의 실크로드' 개인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도슨트가 "다섯 번이나 오셔서 진지하게 관람을 하시는 분이 계시다"고 최 사진가에게 말해줬다.

전시가 끝나는 날, 한 중년의 여성이 최 사진가에게 다가왔다. 진지한 표정의 중년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밑에서 사진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전시를 할 때마다 종종 그런 사람들이 있었으므로 최 사진가는 대수롭지 않게 허허 웃으며 넘겼고 시간이 지났다. 갈대가 어서석 춤을 추는 어느 이른 아침. 사진촬영을 위해 소래습지생태공원을 찾은 최 사진가는 우연히 변경희 씨를 만난다. 여인의 손에 콤팩트카메라가 들려져 있었다.

여인은 다시 자신이 왜 사진을 찍으려는지 열심히 설명했다.

"선생님, 그동안 아이를 키우며 가사에 신경쓰느라 제 삶을 찾지 못 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사진을 배우고 싶습니다."

최 사진가의 귓전에서 변경희씨의 얘기가 떠나지 않고 맴돌았다. 또다시 시간이 흘렀고 잊을만할 때쯤 그의 휴대폰으로 2장의 사진이 날아들었다. 제주도 성산일출봉을 촬영한 것이었다. 잘 찍은 것은 아니었으나 남다른 감성이 묻어났다.

"그렇다면 성산일출봉 사진작업을 해보라"고 제안했고 둘은 사제지간이 된다. 변 씨는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사진작업에 전념했다. 저런 분이 어떻게 지금까지 사진 찍는 것을 참고 살아왔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그 스승에 그 제자. 최 사진가처럼 변 씨 역시 사진촬영뒤엔 어떤 보정작업도, 트리밍도 하지 않고 그대로 내놓는다. 최 사진가는 "그의 사진엔 삶처럼 진솔함이 배어 있으며 신선하고 깔끔하다"고 평했다.

최 사진가는 "생애 처음인 세계자연유산 성산일출봉 개인전을 앞두고 있는 지금 당사자보다 내가 더 가슴이 뛴다"며 "나는 그가 사진을 빌미로 허세를 부리며 살아가는 것을 원치 않으며 각박한 세상에서 고단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안겨주는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인터뷰 / 변경희 사진가]


"또다른 도전, 꿈만 같아요"


"처음 사진을 시작한 것은 결혼 후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기념으로 남기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두 아이를 키우며 사진을 한다는 것이 어려웠고, 아이들이 다 자란 이후 비로소 제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변경희 작가는 "우연히 최병관 선생님의 사진전을 관람하며 용기를 냈고 선생님의 자료와 사진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서 사진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선생님으로부터 사진강의를 배우려는데 단 한 군데도 강의를 하시는 곳이 없는 겁니다. 물론 사진작업 외에는 일체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럼에도 그렇듯 확고한 신념을 가진 분이라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지요."

사제지간이 된 뒤 변 작가는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제주도로 날아갔다. 사진에 관해서만큼은 냉혹하리만치 엄격한 최 사진가의 눈에 들려면 오직 노력과 열정이 전부였다.

"그 어떤 요령이나 카메라 외의 기구에 의존해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하셨어요. 색보정이나 트리밍도 일체 허락하지 않으셨지요. 애당초 잘못 찍은 사진은 모두 버려야 했고 반복해서 찍을 수밖에 없었지요."

변 작가는 그렇게 2년 동안 열심히 성산일출봉을 찍었다. 세계자연유산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다. 성산일출봉은 계절과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으로 나타났고 사진을 찍을수록 어렵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그는 결국 사진작가란 타이틀을 얻게 됐다.

"사진전을 한다는 자체가 도무지 믿어지지 않습니다. 모두가 꿈만 같아요."

변 작가는 "그동안 성산일출봉과 사진작업을 이해하며 격려해준 남편과 규리, 정환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며 "저를 지도해주신 최병관 선생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