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구보 '구술로 보는 인천 민간소극장사' 저자

"대부분 운영 어려워 폐관 … 시대적 외면 안타까움"
1년간 근대~최근 40년사 재조명 … 18일 출판기념회

인천 문화예술단체 구보댄스컴퍼니의 장구보 대표가 인천 지역 민간소극장의 역사를 되짚은 <구술로 보는 인천 민간소극장사>를 펴냈다.공연예술은 공간을 통해 실현될 수 있는 장르이기에 극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느낀 그는 직접 발로 뛰며 인천에 살아있던 민간소극장 이야기를 역추적했다.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한 인천의 20개 민간소극장을 마주하며 시대적으로 외면당하고 있는 역사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다는 장구보 대표를 만났다.

"지난해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원에서 아카이브 구축 차원으로 역사성 있는 주제의 연구용역 공모가 있었어요. 인천에 있는 극장들을 정리해보자는 결심에 서류를 냈는데 선정이 됐어요."

처음 장 대표가 써낸 주제는 '인천의 극장사'로 극장을 통해 바라보는 인천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개항장 시대 협률사부터 현재 존재하고 있는 공연장들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연구원 쪽에서는 주제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의견이 나왔고 근대부터 최근까지 40년간 인천에 있던 민간소극장 역사를 되돌아보기로 했다.

책을 내는데 꼬박 1년의 시간이 걸렸다. 현존하는 극장부터 찾다 보니 어느순간 최초의 민간소극장을 만나게 됐고 당시 극장을 운영하던 대표와 주변 인물들을 수소문하고 다니며 인터뷰했다.

"인천의 민간소극장을 다룬 역사적 자료가 거의 없었어요. 일일이 사람들을 만나고 신문기사와 보도 자료에 게재된 것을 발췌해 역사의 흔적을 찾아나갔죠. 최대한 증거가 될 수 있는 사실들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책 제목을 '구술로 보는 인천 민간소극장사'라고 붙인 이유도 그것 때문이에요. 인터뷰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거든요."

장 대표는 책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만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다고 했다. 특히 당시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을 통해 듣는 이야기에서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이 꽤 있었다. 무엇보다 역사를 기록하는 책이라 최초를 찾는 것이 중요했는데 최초의 민간소극장을 알게 된 계기도 그랬다.

"그동안 인천 최초의 민간소극장이 당연히 돌체라고 생각했는데 박은희 시민교육연극센터 대표님이 '까페 깐느'에서 공연하셨던 얘기를 해주셔서 최초의 소극장을 다시 알게 됐어요. 깐느에 대해 예전에 나온 기사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깐느 대표였던 분의 번호를 받았는데 번호가 011로 시작하더라고요. 요즘 그 번호를 쓰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의아했는데 역시나 없는 번호라고 떴어요. 그래서 010으로 바꿔서 해봤지만 다른 사람이 받더라고요. 좌절감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010 이후 나오는 뒷번호 앞자리 하나를 바꿔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연인지 기적일지 모르겠지만 깐느 대표님이 받으셨어요. 그 분도 어떻게 번호를 알았냐며 놀라시고 저도 너무 신기한 순간이었죠."

그는 책을 쓰면서 인천의 민간소극장들이 극장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에 집중했다. 그들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실험정신과 창작정신 그리고 사회운동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 인천에 남아 있는 민간 소극장들이 몇 없어요. 대부분 운영이 어려워 문을 닫게 된 거죠.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다들 처음에 순수하게 공연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본인들만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소극장이라는 거예요. 폐관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들으면서 이런것이 바로 역사인데 너무 외면당하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 대표는 오는 18일 오후5시 부평아트센터 호박홀에서 열리는 출판기념회를 통해 인천에 존재했던 민간소극장들이 시대정신을 표현하기 위한 땀과 열정이었다는 것을 알릴 예정이다.

"'구술로 보는 인천 민간소극장사'가 인천 민간소극장 역사를 최초로 기록했다는 것에도 의의가 있지만 공공극장들에 묻혔던 민간소극장이 조명을 받고 예술을 통한 순수하고 정신적인 활동들이 다시 시작되는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어요."


/글·사진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