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간호윤
새문사
321쪽, 1만7000원

새책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새문사·321쪽)은 고려 백정(백성)들이 온 몸으로 삭여냈던 '고려속요'에 관한 이야기다. 돌이라는 주인공을 내세워 작가의 상상력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전란의 칼바람이 소나기처럼 휘몰아치던 13세기, 이 땅의 상처투성이 역사를 맨 몸뚱이로 살아내며 신음처럼 토해내던 고려인들이 있었다. 이들의 '몸의 노래'를 혹자는 '남녀상열(男女相悅)'이라 폄훼하고 국본찬탈의 당위와 명분을 얻기 위해 고려의 정서를 방탕한 것으로 덧칠하기도 한다. 이는 조선의 음모론적 시각에 따른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저자 간호윤은 그러나 소설을 통해 그것이 결코 특정한 장소와 시간 속의 노래가 아니라 언제든 다시 되풀이해서 만날 수 있는 바로 지금 우리들의 생생한 현실이라는 걸 이야기한다. 책 뒤편 부록으로 고려속요에 대한 저자의 다양한 생각과 세세한 해설들이 곁들여져 있어서 고려속요의 입문서로도 괜찮다.

저자 간호윤은 고전문학박사이자 스스로 만들어 붙인 '고전 독작가'라는 이름으로 고전에 관한 대중적 글쓰기를 오랫동안 지속해왔다. 이미 30권에 육박하는 다양한 저서를 펴냈다. 1만7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